신아속보
[단독][안개처럼 사라진 해무] ① 최고 시속 430㎞ 고속열차를 아시나요?
[단독][안개처럼 사라진 해무] ① 최고 시속 430㎞ 고속열차를 아시나요?
  • 천동환 기자·김재환 기자
  • 승인 2018.09.03 0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 도시 1시간30분대 연결할 '꿈의 열차'
세계 고속철도시장 노린 국가 신성장 동력
5년 연구끝 2012년 개발 성공…상용화 남아
지난 2012년5월16일 경남 창원시 창원중앙역에서 최고 시속 430㎞ 고속열차 HEMU-430X가 권도엽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 등의 환영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사진=국토부)
지난 2012년5월16일 경남 창원시 창원중앙역에서 최고 시속 430㎞ 고속열차 HEMU-430X가 권도엽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 등의 환영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사진=국토부)

서울과 부산을 1시간30분대에 연결할 수 있는 고속철도기술이 국토부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돼 10여년간 이어진 시속 400㎞급 고속철도 개발사업의 열매는 국민이 맛을 보기도 전에 썩어버릴 위기에 놓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세계 4번째로 빠른 고속철도 시대를 열게 됐다며 호들갑 떨던 당국자들. 그러나 그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최고 시속 430㎞ 고속열차를 손에서 놔버렸다. 새 정부를 위한 그림을 그리는 데 과거 정권의 결실은 걸리적거리는 존재에 불과했다. 철도 당국자들에게 주인은 언제나 존재하는 국민이 아니라 때마다 바뀌는 정권이었다.<편집자주>

  "시속 430㎞급 차세대 고속열차는 앞으로 전국 주요거점을 1시간30분대로 연결해 지역 간 교류 확대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속철도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고, 고속철도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철도기술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겠다"

2012년5월16일 경남 창원중앙역에서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제작한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HEMU-430X)가 일반에 공개됐다. 당시 권도엽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무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향해 달리게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후에도 정부와 철도관련 기관들은 해무의 개발 과정과 성능, 기대 효과 등을 떠들썩하게 홍보했고, 국민들은 장밋빛 희망에 부풀었다.

그렇게 6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 국민의 기대와 희망은 현실에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우리는 정말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고속열차가 서울과 부산 사이를 1시간30분대에 주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먼저 해무의 탄생 스토리가 시작된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봤다.

2011~2012년 HEMU-430X 개발 과정(위)과 최초 공개를 보도한 방송 모습.(자료=KBS·MBC방송화면 캡쳐)
2011~2012년 HEMU-430X 개발 과정(위)과 최초 공개를 보도한 방송 모습.(자료=KBS·MBC방송화면 캡쳐)

◇ 세계 4위 고속철 기술을 손 안에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7년 국가연구개발 과제인 시속 400㎞급 '차세대 고속열차 기술 개발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시속 300㎞까지 달리는 KTX 기술의 국산화를 위한 '고속철도 기술 개발사업' 성공에 이어 다음 세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설계한 시제차량의 이름이 HEMU-400X다. HEMU는 High speed Electric Multiple Unit의 약자로 열차의 각 차량마다 전기로 작동하는 엔진을 장착해 빠른 속력을 얻는다는 기술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동력분산식'이라고 하는데, 엔진이 열차 선·후방 끝 차량에만 달린 '동력집중식' 고속열차 KTX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시속 300㎞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고, HEMU 뒤에 400X를 붙여 한 시간에 400㎞를 달리는 꿈의 열차를 목표점에 그려 넣었다.

해무 연구개발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주관했으며, 과거 KTX 국산화 사업에 참여해 고속열차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연구원, 대학 등 50여개 기관이 총 출동해 차세대 고속열차 탄생에 힘을 보탰다. 그만큼 이 연구는 우리 철도산업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과제로 인식됐다.

연구진은 개발 시작 3년이 채 안된 2010년4월 해무 뒤에 붙은 속도 기호를 400X에서 430X로 바꾼다. 당초 계획했던 시속 400㎞를 뛰어 넘어 최고 시속 430㎞까지 목표치를 높인 것이다.

이때부터 HEMU-430X를 달리게 하는 것이 연구진의 새로운 목표가 됐고, 2년 뒤인 2012년 전 국민이 주목하는 가운데 그 결과물이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다. 열차를 통한 서울-부산 간 이동시간을 새마을호 4시간10분대에서 KTX 2시간20분대, 그리고 이를 다시 1시간30분대로 줄일 수 있게 된 순간이었다.

이와 동시에 시속 430㎞급 열차를 만들어낸 대한민국은 프랑스(575㎞/h)와 중국(486㎞/h), 일본(443㎞/h)에 이어 세계 4위 고속철도 기술 보유국으로 도약하게 됐다.

공기저항을 줄인 HEMU-430X 전두부 설계.(자료=철도기술연구원)
공기저항을 줄인 HEMU-430X 전두부 설계.(자료=철도기술연구원)

◇ 남겨진 숙제 그리고 뜻밖의 난관

차량개발 성공 후에도 상용화까지 이루기 위해선 가야 할 길이 멀었다. 5년간 쏟아 부은 땀과 노력의 결과물을 국민 삶 속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숙제가 남은 것이다.

연구진은 해무의 상용화에 앞서 주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 12만㎞에 달하는 주행시험과 함께 성능검증을 실시했다. 이는 지구를 3바퀴 돈 것과 같은 거리로, 이 과정에 참여한 인원만 600명을 훌쩍 넘는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 실험을 위해 호남고속철도 익산~정읍 상행 구간 28Km와 공주~익산 하행 구간 28Km에 시험선로를 구축했다.

KTX 최고 운행속도인 300㎞/h대에 맞춰 설계된 경부고속철도와 호남고속철도를 해무가 달릴 수 있도록 개량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지난해 2월 발표한 '3차 철도산업발전 기본계획'에 "시속 400㎞급 차세대 고속철도 기술 활용을 위해 철도고속화계획을 수립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 손으로 만든 최고 시속 430㎞ 고속열차가 국토를 질주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얼마 뒤 해무 프로젝트는 전혀 뜻밖의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바로 국정 농단 사태에 이은 정권 교체다.

☞ [단독][안개처럼 사라진 해무] 2편 보기 

☞ [단독][안개처럼 사라진 해무] 3편 보기 

[신아일보] 천동환 기자·김재환 기자

cdh4508@shina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