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격보다 수비에 집중하라
[기자수첩] 공격보다 수비에 집중하라
  • 성승제 기자
  • 승인 2018.09.02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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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1년 전만 해도 아르바이트생이나 저소득층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원했다. 경제성장 속도에 비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임금이 낮고 업무강도도 높은 편에 속했기에 당연한 바람이었다. 당시 여론은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포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고 시장도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생각보다 컸다.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에 비해 고작 10% 남짓 올랐는데 타격을 입은 곳은 소상공인과 영세근로자들이었다. 비싼 임금 탓에 영세 자영업자는 알바생을 뽑지 않거나 내쫒았고 일부 영세 기업 역시 일손이 모자란 데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여기에 물가상승은 덤이다.

#. 서민들의 오랜 염원은 내 집 마련이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에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더욱 멀어져갔다. 정부는 집 값 안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대책으로 담보대출규제를 옥좼다. 대출문턱이 낮아지면 은행 돈으로 집을 마련하는 수요가 늘면서 그만큼 집값이 올랐다는 판단에서다.

나비효과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은행들이 대출규제 강화로 적금대신 예금을 선호하는 이상 현상이 벌어진 것. 그 결과 이제는 예금과 적금금리가 거의 비슷해졌다. 적금은 주로 서민이, 예금은 자산가들이 선호하는 금융상품이다. 예금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적금금리 상승세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민을 위한 정책이 이젠 금융 상품마저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초래한 셈이다.

어디 이뿐이랴. 갭투자를 원천 차단을 위해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강화하려다 전세대출자와 신혼부부 등 서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부부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이 넘거나 다주택자일 경우 주금공의 전세보증 이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검토했다.

공격에서 실패해도 용서되지만 수비에서 실수하면 용서받기 힘든 것이 축구다. 아무리 공격력이 뛰어나도 수비가 부실하면 승리를 거머쥐기 힘들다는 얘기다. 공약도 마찬가지다. 공격(추진)보다는 수비(내실)가 탄탄하게 해야 정책이 힘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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