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폭염과 탈원전, 그리고 수요감축요청(DR)
[기자수첩] 폭염과 탈원전, 그리고 수요감축요청(DR)
  • 백승룡 기자
  • 승인 2018.08.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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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특히 이달 1일 최고기온은 서울 39.6도, 전국 41도(강원도 홍천)에 달해 관측 이래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전국 폭염일수는 7월과 8월 두 달간 29.7일을 기록, 연간 폭염일수도 31.4일로 역대 최장기간이었다.

기록적인 폭염에 전력수요도 급증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폭염이 시작되면서 전력수요도 가파르게 치솟아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달 24일엔 최대전력이 9247만8000kW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시 예비전력은 709만2000kW, 예비율은 7.7%로 떨어졌다.

일부 언론 및 정치권, SNS 등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예비전력이 부족해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탈원전' 때문에 멀쩡히 존재하는 원전을 안 돌리는 것 아니냐, '탈원전'을 뒷받침 하기 위해 여름철 전력수요를 낮게 예측했던 것 아니냐는 비방이 쏟아졌다. 국회에서도 야당 의원실을 중심으로 탈원전을 주제로 하는 세미나가 연이어 열리곤 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의혹들이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오해와 전력수급 관리의 기본적 운용방식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탈원전 등 에너지전환은 60여년 이상에 걸쳐 장기간에 추진되는 것이며, 오히려 2023년까지 원전·석탄 발전용량이 현재보다 확대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원전 정비일정은 이미 지난 4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수립한 바 있어 탈원전 혹은 폭염과 무관하게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해명을 거듭하던 산업부는 논란 자체를 최소화하겠다고 결심한 듯 했다. 올 여름 수요감축요청(DR)을 단 한 차례도 시행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산업부는 이번 여름철 최대전력을 8830만kW로 예상하고, 이 수준을 초과하면서 예비력이 1000만kW 이하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DR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기-승-전-탈원전'으로 이어지는 공세 속에서 DR 자체에도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언론을 포함해 우리 사회가 제기하는 비판과 지적은 좀더 생산적일 필요가 있다. 굳이 헤겔의 '정-반-합' 변증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비판과 지적은 개선과정을 거쳐 한층 나은 미래로 이어질 때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상대방을 상처주고 헐뜯기 위한 비난, 상대방을 낮추고 자신을 높이기 위한 비판은 뒤돌아봤을 때 남는 것이 없다. 탈원전 비난이 쏟아졌던 올 여름, 전력수급은 문제가 없었다. 무엇을 얻기 위한 비판이었고 지적이었는지를 돌아볼 시간이다.

sowleic@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