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대통령 ‘중재외교’ 다시 빛보나
[사설] 문대통령 ‘중재외교’ 다시 빛보나
  • 신아일보
  • 승인 2018.08.2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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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전격 취소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밀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의 이번 결정은 북한에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지만 유엔 제재에도 비핵화 과정을 돕고있지 않는 ‘중국 책임론’를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인 오는 9.9절에 북한 방문에 대한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주장은 기본 사실에 위배될 뿐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라고 엄중히 항의하며 즉각 반박에 나섰지만 북한에 대한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비협조를 부각시키면서 변수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폼페이오 방북 취소는 종전선언과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이 핵심 골자인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은 종전선언 채택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먼저 비핵화를 선언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벼랑끝 외교 전술을 앞세운 버티기 작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되받아치기 작전이 충돌하고 있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폼페이오 4차 방북을 통해 진전된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했는데 모든 것이 흐트러지게 된 것으로, 자칫 모든 것을 원점에서부터 재논의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게 됐다.  

더욱이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 분위기 진전이 당분간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29일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이행이 준비되면 대화에 응하겠다”면서 외교적 노력은 여전히 진행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북미 협상이 표류하면서 남북정상회담 앞둔 문 대통령에게 숙제를 안긴 셈이다. 청와대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김 위원장에게 좀 더 협조적으로 임하라고 설득할 수 있지만 북미 간의 비핵화 문제 진전 없인 남북 간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미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면에서 문 대통령의 적절하고 현명한 ‘중재 외교’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난 5월 북미 정상회담 취소될 위기 속에 워싱턴과 판문점을 오가며 6·12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노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기 바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지막 종착점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명제는 불변이 없기 때문이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