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씨 뿌리 듯 말을 하라
[데스크칼럼] 씨 뿌리 듯 말을 하라
  • 신아일보
  • 승인 2018.08.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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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형 편집1부장
 

무수한 점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말의 점 말이다. 말도 하나의 씨앗이다.

씨앗이 건강하지 않으면 뿌리를 내리지 못하 듯 말 또한 그러하다.

건강하지 않은 말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서로 상처를 주거나 받기 쉽다.

이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나눈 말들은 상처를 보듬고 희망을 주는 건강한 말들이다.

트럼프는 “기분이 정말 좋다. 이번 회담은 아주 좋은 대화가 될 것이고, 엄청난 성공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저의 영광”이라고까지 했다. 

김 국무위원장은 이에 화답하듯 “여기까지 오기까지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 그동안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와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로 사로잡혀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이 자리까지 왔다”며 북미 정상의 만남에 큰 의미를 부여했었다. 김 국무위원장은 서명식에서도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걷어내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서명을 하게 된다”라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이 밝힌 희망 담긴 건강한 말들이 평화의 홀씨 되어 한반도 곳곳으로 날릴 때 평화통일은 결코 요원한 일이 아닐 것이다.

평화의 말이 있다면, 삶에 희망을 주는 말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세계 최고의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생전에 “나는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또한 서두르진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빨리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의 말 중 가장 큰 공감을 주는 건 인생에 관한 것이다. 20대부터 희소병을 앓는 그는 “비록 내가 움직일 수도 없고, 컴퓨터를 통해야만 말할 수 있다고 해도 나의 마음속에서 나는 자유롭다”고 했다. ‘루게릭병’이라는 역경을 이겨내고 상상 이상의 족적을 남긴 고인의 ‘말’은 꼭 과학 계통뿐 아니라 모든 인생의 구석구석을 아우를 만한 나침반 같은 명언이다.

그에 반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말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와 용산을 통째로 개발하겠다는 말에 주택시장은 때아닌 부동산 과열로 들썩였다. 박 시장은 부랴부랴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전면 보류하겠다고 입장을 밝히며 “문재인 정부와 적극 협력해 부동산시장을 최대한 안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여의도·용산 개발 재추진 시점에 대해선 “주민과 정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정교하게 추진하겠다”라며 “예상치 못했던 투기·과열이 일어나며 지금까지처럼 그대로 추진하기는 어렵게 됐다”라고 말했다. 말이 사회에 끼치는 파급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말도 씨 뿌리듯이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뿌리를 못 내리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

그것이 개인이건 정부이건 말이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말하고 판단한다. 말이라는 점이 그 지점에서만 맴돈다면 문제없지만 그 말이라는 점은 말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고삐 풀린 말을 잡기는 용이치 않다. 살며 생각하며 씨 뿌리 듯 말을 하라. 정책도 씨 뿌리듯 정성을 다하면 국민이 공감하고 인내하며 기다려줄 것이다.

/이진형 편집1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