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계청장 경질이 우려되는 이유
[사설] 통계청장 경질이 우려되는 이유
  • 신아일보
  • 승인 2018.08.2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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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장이 전격 경질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6일 청와대는 황수경 통계청장을 전격 면직하고 후임에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실장을 임명했다. 

하지만 황 전 통계청장의 경질 배경이 분명하지 않아 교체 이유를 둘러싸고 정치권은 물론 관가를 중심으로 의혹이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이다. 

황 전 통계청장도 자신의 교체 이유를 묻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변하며 “내가 그렇게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말해 이런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더군다나 황수경 전 통계청장이 27일 정부대전청사 후생관 대강당에서 열린 이임식 내내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이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통계 신뢰성 문제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시각과 논란이 되는 경제 정책을 수정·보완하기보다는 통계를 수정하려 한다는 우려가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앞서 청와대는 “역대 정부 차관의 평균 재임기간이 1년2~3개월이었다며 이례적 교체가 아님을 강조했지만 2008년 3월~2009년 4월까지 약 13개월 재임한 11대 청장 이후 약 10년 만에 단명 통계청장이 나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가계동향조사의 신뢰도 문제 때문에 경질했다는 해석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까닭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 소득 부문 폐기를 검토했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개편해서 계속 발표하는 것으로 입장으로 바뀌었다. 

이와 함께 통계의 확대 개편도 추진돼 표본 가구 확대가 이루어졌다. 2016년 8700가구였던 표본가구가 2017년 5500가구로 축소됐다가 올해 8000가구로 다시 늘어난 것이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관련 지표를 분기별로 공표하는 게 필요하다는 여당 등의 의견에 따른 결과다.

이후 통계청은 지난 2월 ‘2017년 4분기 가계소득동향’을 발표했다. 4분기 가계소득은 9분기 만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차영환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등이 이를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 정책의 효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5월·8월 각각 발표된 올해 1~2분기 소득 분배는 최악 수준으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부터 통계의 신뢰성 문제가 불거졌다.  

이 때문에 세종 관가에서는 청와대가 ‘숫자와의 전쟁’을 시작했다는 우려를 공공연히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의 입맛에 맞게 통계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는 공무원이 정부와 여당에 쓴소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거라는 우려도 내포돼 있다. 

현실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세간의 우려처럼 정부가 정책을 설정해놓고 이에 맞게 통계를 조작하려한다면 그 부작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신아일보]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