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연구] 취임 3년 만에 사라진 박종복 효과… 성적표 줄줄이 하락
[CEO연구] 취임 3년 만에 사라진 박종복 효과… 성적표 줄줄이 하락
  • 이혜현 기자
  • 승인 2018.08.2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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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유출 논란 빚고 사회공헌도 여전히 인색… 빛바랜 ‘휴먼 은행’ 전략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사진=연합뉴스)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사진=연합뉴스)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국내 영업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이 박종복 SC제일은행 행장이다.

2015년 1월 SC제일은행(한국지점) 최초로 한국인 행장에 오른 박 행장은 영업망 열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쳤다. 소매금융을 강화하고 사명을 스탠다드차티드은행에서 제일은행으로 바꿔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며 꾸준한 실적 상승을 기록했다. 이 결과 SC제일은행은 박 행장 취임 1년 차인 2016년 2235억79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역시 2769억62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박종복 효과는 3년 만에 그친 모습이다. 과감하고 선제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안정적인 비즈니스 성장기반을 추구했지만 올 들어선 빛바랜 성과라는 평가가 높다.

대표적인 것이 수익하락이다. SC제일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467억원으로 전년 동기(1942억원) 대비 24.5% 감소했다. 2분기 당기순이익은 598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928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35.6% 감소한 수치다.

수익성 지표도 좋지 않다. 올 상반기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45%,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6.18%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20%포인트, 2.22%포인트 하락했다.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관련 기타영업손익은 3757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3126억원) 대비 손실 규모가 20.2% 커진 것이다. 연체율은 0.30%로 전년 동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자수익과 수익증권·뮤추얼펀드 판매수수료 증가 등으로 수익이 늘었지만 파생상품 관련 충당금을 비롯한 전반적인 충당금 전입액이 증가해 실적이 악화됐다는 것이 SC제일은행의 설명이다.

자본유출 논란도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금융감독원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 1분기까지 배당과 광고, 위탁수수료 등 명목으로 본국으로 송금하는 외국계 은행 중 SC제일은행의 송금액이 가장 많았다. SC제일은행이 해당 기간 동안 본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무려 8788억원에 달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금융기관의 순이익 대비 사회공헌 활동비 지출 부문에서는 최하위권이었다.

이처럼 사회공헌 활동과 고용 창출에 인색해도 국내에서 거둬들인 수익의 상당액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것을 제재할 법적 장치가 없다. 금융당국의 약탈적 송금 자제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주주의 이익만 앞세워 고배당을 강행하는 SC제일은행의 영업행태에 비판여론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박 행장은 올 신년사에서 진정한 휴먼(Human)은행을 지향하는 SC제일은행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또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상위 1% 자산가를 겨냥한 은행이 아닌 중산층을 더 두텁게 하는데 일조하는 은행이 되겠다며 자신했다.

이를 위해서는 약탈적 금융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기존과 다른 모습으로 국내 금융소비자들에게 인식되고 브랜드 인지도를 넓혀 사업영역을 다각화해야 하는 과제가 선행돼야 한다. 박 행장은 소매금융과 중소기업 및 기업금융 균형 있는 성장과 토착화된 국제적 은행 건설, 소통을 통한 원 뱅크(One Bank) 실현 등을 경영 방침으로 내세운 바 있다.

한편 충북 청주 출신인 박 행장은 청주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제일은행에 입사한 후 소매채널사업본부장과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 등을 거쳐 2015년 은행장으로 취임했다.

hyun1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