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유소년 지도자 대다수 비정규직… 성적지상주의 원인"
"축구 유소년 지도자 대다수 비정규직… 성적지상주의 원인"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08.27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국대 이봉연 씨, 유소년 지도자 10명 면담 뒤 논문 작성

한국 유소년축구의 지도자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이러한 불안한 신분 때문에 성적지상주의가 팽배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과교육학과에서 체육교육전공을 한 이봉연 씨는 최근 '한국과 국외의 유소년축구 운영 현황 고찰과 활성화 방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씨는 서울·경기·충남에 있는 대한축구협회 등록팀의 전·현직 지도자 10명을 면담한 뒤 이를 토대로 논문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현재 대부분의 학원 축구에서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대회 입상 실적 이 필수”라며 “이 때문에 '즐기는 축구'가 아닌 '이기는 축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업 결손, 체력 우선주의, 부상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도자들의 대다수가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불안한 신분은 결국 성적에 연연하게 되는 성적지상주의를 심화시킨다고 봤다.

이 씨는 “축구 지도자의 84.4%가 계약직이거나 계약을 따로 맺지 않는 등 신분 불안으로 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팀 운영보다는 당장의 성적에 급급한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인원으로 지도자의 능력이 인정되다보니 대부분 계약직인 지도자들에게는 소속팀의 성적이 재계약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12년 관계기관의 조사결과와도 일맥상통한다.

국내 축구 현장 지도자의 모임인 '한국축구사회'가 토론 프로그램 전문기관인 코리아스픽스에 의뢰해 전국 초·중·고·대학 지도자 4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신분에 따른 부담감(15%·66명)을 꼽은 지도자의 비중은 세 번째로 많았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경기 결과에 대한 부담감(21%·97명)이고 미흡한 복지(20%·90명)도 그 다음을 차지했다.

아울러 이 씨는 논문을 통해 고용 안정과 더불어 지도자의 고유 권한을 침범하지 않는 근무환경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일부 학부모는 본인 자식에 대한 편애를 요구하거나 지도에 지나치게 간섭하기도 한다"며 "지도자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나 신뢰가 매우 낮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지도자 자격제도를 개편해 지도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지적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이 씨는 덧붙였다.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