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통장 대여자'도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배상책임"
法 "'통장 대여자'도 보이스피싱 피해자에 배상책임"
  • 장유리 기자
  • 승인 2018.08.2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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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이에게 함부로 통장을 빌려줬다가 보이스피싱 사건에 가담했다면 거액의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률구조공단 등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3민사부(양경승 부장판사)는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자 김모씨가 통장 명의 제공자 A(32)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을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가정주부이던 A씨는 지난 2016년 10월 '세금 회피를 위해 판매대금을 입금 받아 회사에 전달해 줄 사람을 모집. 수고비로 하루 200만원을 지급'이란 내용의 스팸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당시 돈이 필요했던 A씨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곳에 연락을 해 자신의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그 결과 A씨는 자금 인출책을 담당하던 B씨가 벌이던 보이스피싱 사기에 연루됐다. 김씨는 B씨의 사기 행각으로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B씨는 지난해 5월 2심에서 징역 1년형을 확정 받았다. 반면 A씨는 단순 통장 대여자로 판단돼 참고인 조사만 받고 재판에 넘겨지지는 않았다.

그러자 김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통장을 대여한 A씨에게도 불법 공동행위자로서 함께 피해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지난해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계좌를 빌려주면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통상 예상 가능한 데다 입금된 돈을 직접 출금해 B씨에게 전달해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며 A씨의 책임을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성인이었던 점, 예정된 출금 수고비가 일당 200만원에 달한 점, 통장이 적어도 조세 회피 등 불법행위에 사용될 것임을 알았던 점, 회사가 아닌 마트 앞 등 불특정 장소에서 출금한 돈을 B씨에게 전달한 점 등도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단 배경으로 들었다.

이에 재판부는 김씨가 청구한 약 2000만원 중 80%에 해당하는 1600여만원을 다른 공범과 함께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신아일보] 장유리 기자

jyuri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