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폭염 일수가 31일을 넘어가며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다 기록을 냈다. 이에 “태풍이라도 와서 이 더위를 식혀줬으면…”하고 바랐던 분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더위보다는 태풍의 피해를 걱정하며 가슴 졸이는 형국이 되었다.
19호 태풍 ‘솔릭(SOULIK)’은 괌 북서쪽 260km 부근에서 발생해 제주도 부근으로 북상했다. 기상청은 지속적인 더위로 인한 해수온도 상승이 솔릭의 세력이 점점 커질 것이라 예상했다.
이에 언론과 방송에서는 3일간 태풍 소식에 난리가 났다.
태풍 ‘솔릭’은 제주도에 1000mm의 집중적인 폭우와 초속 60m의 강풍을 동반하며 서서히 북상했다. 기상청은 내륙으로 북상하는 태풍 ‘솔릭’을 역대급 규모로 표현하며, 진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간별 예측 이동 경로를 보면서 다가오는 태풍에 대한 공포심에 불안감은 점점 증폭됐다. 정부는 재난문자를 서둘러 보냈고 유치원과 초중학교의 휴교령을 발표하면서 태풍 피해를 최소화 하고자 했다.
하지만 크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태풍 ‘솔릭’은 내륙으로 진입하면서 소형태풍급으로 세력이 약화됐고 큰 피해 없이 빠른 속도로 내륙 지방을 통과해 지나갔다. 제주도에 가장 큰 피해를 줬지만 그 외 지역은 피해가 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다행이었지만 기상청의 태풍 예보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일각에선 “역대급 태풍이 무색하리만큼 기상청 예보가 역대급 실망”이라거나 “정부 대응도 너무 과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갑작스런 휴교령에 맞벌이 부부들은 비상이 걸렸고, 자영업자들도 영업에 타격을 입었다.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기상청 보도에 불만을 토로한 게시글이 20건 넘게 올라왔다. 재난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겠지만 이번 태풍 예측은 국민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1300여명의 직원과 400억원이 넘는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기상청 예보가 큰 오차로 틀리는 이유는 뭘까?
태풍 예측은 위성과 레이더를 통해 관측한 자료를 바탕으로 각국에서 개발한 수치예보모델을 적용해 경로를 예측한다. 이러한 수치모델은 전 세계 7개국에서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영국 모델을 쓰고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정확한 데이터 추출이 어렵다고 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예보모델과 관측 자료, 이를 분석하는 예보관의 능력 등 3가지가 종합적으로 갖춰졌을 때 정확한 예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이 없는데다 30년간 쌓인 데이터로는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 그들의 항변이다.
이에 기상청은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2020년까지 보유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수명이 다한 슈퍼컴퓨터는 세금 500억을 들여 교체할 예정이다. 슈퍼컴퓨터 5호기는 4호기에 비해 성능이 무려 70배나 높다. 슈퍼컴퓨터 교체와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의 도입으로 세계 5위의 정확도를 확보하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2014년 슈퍼컴퓨터 4호기 도입 때도 비슷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결과는 이번 태풍 보도로 입증이 된 셈이다.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보다 면밀한 검토를 통한 장비 교체와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 또한 늘려야 할 것이다.
계속되는 지구온난화로 자연재해가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때문에 정확한 날씨 예보는 우리 삶에 더욱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상청의 잦은 오보는 결국 국민들에게 불신감을 안겨줄 것이며, 이는 자연재해 피해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정부도 기상청도 국민에게 신뢰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2년 뒤 달라진 기상청의 예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