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가 '정운호 게이트' 수사 당시 판사들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사실상 검찰을 협박하려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2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최근 압수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서 '김수천 부장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은 검찰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에게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조사하던 2016년 8월 작성됐다.
문건에는 판사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수뇌부 교체 유도 등 조직에 치명상을 입힐 방안을 들고 검찰을 사실상 협박하려 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문건에는 "현재까지 검찰의 수사 태도로 비춰볼 때 수사 확대가 충분히 예상된다"며 "중대한 위법사항이 드러나지 않은 법관들에 대한 수사 착수를 차단해야 한다"고 적혔다.
또 검찰에 수사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의 정 전 대표 '봐주기 의혹'을 협상 카드로 꼽았다.
앞서 2014년 김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당시 정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에서 한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를 언급하며 문건은 이 사건이 수뇌부 교체, 특검 개시, 수사권 조정 등 검찰 수뇌부 및 검찰 조직 전체가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건에 적힌 내용은 전부 '추측'이나, 김 전 총장이 중앙지검장으로서 무혐의 처분을 몰랐을 리 없고 처분 과정에 중앙지검장 또는 그 이상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문건은 "해당 의혹이 언론에 공개되는 순간 홍만표 변호사의 성공한 로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문건은 김 전 총장에게 이런 협박성 메시지를 전하는 구체적인 경로를 세 가지 제시하고 각각의 장단점까지 분석하기도 했다.
아울러 당시 법원행정처가 나중에 기소된 정 전 대표의 재판기록을 확보해 2014년 무혐의 처분의 문제점을 여섯 가지로 분석하기도 했다.
김 전 총장 관련 의혹을 보도할 만한 언론사를 추리는 등 추가 보고서를 여럿 만든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문건의 내용으로 볼 때 당시 사법부가 김 전 총장에게 수사 중단 메시지를 전할 목적으로 구체적인 '낙마' 시나리오를 작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문건의 내용이 치밀하고 구체적인 점으로 미뤄볼 때 실제로 당시 사법부가 문건의 내용을 실현시켰을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다.
만약 검찰은 구상이 일부라도 실행에 옮겨졌을 경우 형법상 협박 등 혐의까지 적용 가능하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신아일보] 장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