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정운호 게이트' 수사 때 검찰 협박 정황
양승태 사법부, '정운호 게이트' 수사 때 검찰 협박 정황
  • 장유리 기자
  • 승인 2018.08.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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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확대 막으려 검찰 수뇌부 낙마 방안까지 구상

양승태 사법부가 '정운호 게이트' 수사 당시 판사들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사실상 검찰을 협박하려 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2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최근 압수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서 '김수천 부장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은 검찰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에게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조사하던 2016년 8월 작성됐다.

문건에는 판사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수뇌부 교체 유도 등 조직에 치명상을 입힐 방안을 들고 검찰을 사실상 협박하려 하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문건에는 "현재까지 검찰의 수사 태도로 비춰볼 때 수사 확대가 충분히 예상된다"며 "중대한 위법사항이 드러나지 않은 법관들에 대한 수사 착수를 차단해야 한다"고 적혔다.

또 검찰에 수사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의 정 전 대표 '봐주기 의혹'을 협상 카드로 꼽았다.

앞서 2014년 김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당시 정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에서 한 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를 언급하며 문건은 이 사건이 수뇌부 교체, 특검 개시, 수사권 조정 등 검찰 수뇌부 및 검찰 조직 전체가 치명상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건에 적힌 내용은 전부 '추측'이나, 김 전 총장이 중앙지검장으로서 무혐의 처분을 몰랐을 리 없고 처분 과정에 중앙지검장 또는 그 이상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문건은 "해당 의혹이 언론에 공개되는 순간 홍만표 변호사의 성공한 로비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문건은 김 전 총장에게 이런 협박성 메시지를 전하는 구체적인 경로를 세 가지 제시하고 각각의 장단점까지 분석하기도 했다.

아울러 당시 법원행정처가 나중에 기소된 정 전 대표의 재판기록을 확보해 2014년 무혐의 처분의 문제점을 여섯 가지로 분석하기도 했다.

김 전 총장 관련 의혹을 보도할 만한 언론사를 추리는 등 추가 보고서를 여럿 만든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문건의 내용으로 볼 때 당시 사법부가 김 전 총장에게 수사 중단 메시지를 전할 목적으로 구체적인 '낙마' 시나리오를 작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문건의 내용이 치밀하고 구체적인 점으로 미뤄볼 때 실제로 당시 사법부가 문건의 내용을 실현시켰을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다.

만약 검찰은 구상이 일부라도 실행에 옮겨졌을 경우 형법상 협박 등 혐의까지 적용 가능하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신아일보] 장유리 기자

jyuri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