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끊어지고, 담장 무너지고… 한반도 할퀴고 간 '솔릭'
전선 끊어지고, 담장 무너지고… 한반도 할퀴고 간 '솔릭'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8.08.2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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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 실종·여러 명 부상…제주·전남·광주 등 곳곳 정전 발생도
가로수 쓰러지고 방파제 부서져…농경지 피해도 곳곳 일어나
제19호 태풍 '솔릭'이 상륙한 24일 오전 전남 여수시 소라면에서 강풍에 컨테이너가 넘어져 있다.
제19호 태풍 '솔릭'이 상륙한 24일 오전 전남 여수시 소라면에서 강풍에 컨테이너가 넘어져 있다.

한반도에 상륙한 제19호 태풍 '솔릭'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당초 수도권을 정면으로 관통할 것으로 예보됐던 솔릭은 서해상에서 예상보다 일찍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호남·충청 등 지역을 중심으로 영향을 미쳤다.

24일 기상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밤 제주도에 상륙한 솔릭은 23일 전남 목포와 전북 전주를 거쳐 24일 충남 대전을 따라 강원도 강릉으로 '급커브'를 돌면서 동해로 빠져나갔다.

전날까지만 해도 강한 중형급이었던 솔릭은 내륙을 거치면서 마찰을 겪은 탓에 약한 소형급으로 작아졌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지만 솔릭이 할퀴고 지나간 자리는 곳곳이 아수라장이었다.

현재까지 솔릭으로 1명이 실종되고, 여러 명이 다쳤다.

지난 22일 오후 7시께 제주 서귀포시 소정방폭포 인근에서 사진을 찍던 박모(23·여)씨와 이모(31)씨가 파도에 휩쓸리면서 박씨는 실종됐고, 자력으로 탈출한 이씨는 부상을 당했다.

23일에는 전남 고흥군 한 아파트 담장이 무너지면서 16세 남학생이 골정상을 입었다. 또 24일에는 전주의 한 주택이 붕괴되면서 집 안에 있던 이모(68·여)씨가 무너진 잔해에 매몰되기도 했다.

이밖에 경기, 강원, 전남 지역에서는 20가구 46명이 일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3일 오전 여수시 남면 화태대교에서 제19호 태풍 '솔릭'이 일으킨 강풍으로 가로등이 기울어져 소방대원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23일 오전 여수시 남면 화태대교에서 제19호 태풍 '솔릭'이 일으킨 강풍으로 가로등이 기울어져 소방대원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태풍의 영향으로 곳곳에서 정전도 발생했다. 제주와 전남, 광주 일원의 주택과 상가, 축사 등 2만6826곳에서 정전이 발생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현재 2만6765곳에서 전원 공급이 재개됐고, 61곳은 복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전은 대부분 강풍에 날린 철판이 전선을 건드리며 단락 현상 등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한 비바람으로 가로수가 쓰러지거나 방파제가 부서지는 등 공공시설이 파손되기도 했다. 

전남 완도와 진도에서는 버스정류장이 부서졌고, 제주와 여수, 장흥, 해남에서는 가로수 154그루가 강풍에 넘어졌다. 가로등 3개와 신호등 97개도 파손돼 일부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제주에서는 또 비닐하우스 4동과 축사 8동, 어선 6척, 넙치양식 시설 3곳, 제주 종합경기장과 서귀포 색달 매립장 지붕이 파손되기도 했다.

지난 22일에는 제주도 위미항 방파제 보강공사 구역에서 보강시설물 90여t 가량이 높은 파도에 유실되는 사고도 있었다.

부산에서는 남구 용호동의 한 주택에서 물탱크가 강풍에 날려 도로로 떨어졌고, 도로 곳곳에서 가로수가 쓰러졌다.

동구의 한 주상복합상가 공사현장에서 높이 4m, 길이 30m 크기의 안전펜스가 강풍에 파손되고, 철제 파이프 일부가 인도와 차도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도 일어났다.

예상보다 크지는 않았지만 농경지 피해도 있었다.

전남지역은 이날 오전까지 농경지 50여 ㏊ 가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피해 지역은 진도와 해남 일부 지역으로 침수가 35 ㏊, 벼쓰러짐이 16㏊ 규모다.

순천 낙안에서는 186개 배 재배농가에서 177㏊의 낙과 피해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여수소방서 제공]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