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갔다. 여기저기에서 재산피해는 물론이고 귀중한 인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
거대한 자연의 심술 앞에서 인간은 한낱 미물에 불과하리만큼 맥을 못 춘다. 불가항력이란 이렇듯 인간의 힘으로 어찌하지 못할 경우에 쓰는 말이고, 인생에서 종종 맞닥뜨리며 좌절을 맛보게 하곤 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모두가 합심해 태풍의 피해를 복구해 나갈 것이며, 피해자들의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눌 것이다.
이렇듯 불가항력의 자연재해도 헤쳐 나가는 마당에 하물며 인간이 만들어낸 좌절과 이별의 고통의 날들을 끝내지 못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지난 22일 제21차 1회차 이산가족 상봉이 짧은 2박3일의 일정을 마쳤다.
병 없이 하늘이 내려준 나이라는 상수(上壽)인 100세를 앞둔 99세의 노모는 칠순을 훌쩍 넘긴 딸과 또다시 기약 없는 이별 앞에 통곡해야 했다. 24~26일에는 북측 83명과 남측 337명이 2회 차 상봉을 이어간다.
2015년 10월에 있었던 제20차 이산가족 상봉 이후 3년이 지나서야 열린 이번 상봉행사는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의 ‘판문점 선언’ 합의 이행의 일환으로 치러지게 됐다.
남북은 7월 3일 이산가족 생사 확인 의뢰서를 교환하고, 북측이 의뢰한 200명 가운데 129명의 남측 가족의 생사를 확인했다. 북측은 250명 남측 의뢰자 중 163명의 생사를 7월25일 확인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종 상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는 남측 93명, 북측 88명이다.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생존 가족이 3촌 이상인 경우 상봉을 포기한 사람이 많았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 나선 남측 방문단의 연령대를 보면 10명 중 9명은 80세 이상이다. 80대가 46명(49.5%)으로 가장 많았고 90세 이상이 35명(37.6%), 79세 이하 12명(12.9%)이다. 북측 방문단도 80대가 62명(70.4%), 90세 이상 5명(5.7%), 79세 이하가 21명(23.9%)으로 대부분이 80대 이상이다.
가족관계는 남측이 3촌 이상 42명(45.2%), 형제·자매 41명(44.1%), 부자·조손 10명(10.7%), 북측이 형제·자매 61명(69.3%), 3촌 이상 24명(27.3%), 부자·조손 3명(3.4%)이었다.
이번 상봉단의 최고령자는 남측 101세, 북측 93세다.
남북 이산가족은 가족과 헤어져 어언 70년의 세월을 보낸 이들이다. 어떠한 고난이나 역경도 가족과 생이별을 하는 것만 하겠는가?
이산가족 상봉은 1971년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 찾기 운동을 시작한 이래로 1985년 서울과 평양 간 고향방문단 행사에서 65명의 상봉한 것이 시작이다. 이번까지 21회의 교차 상봉이 열렸으며, 중간에 7차례의 화상상봉이 이뤄진바 있다.
지금까지 1만7000여명의 직접상봉과 3700여명의 화상상봉을 통해 헤어졌던 가족을 만났다.
사실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상당 수 고령인 점을 고려할 때 직계가족의 상봉은 너무 늦고, 너무 더디게 진행됐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삼촌, 조손 등 우리 전통의 가족관계를 고려한다면 앞으로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더 빠르게 정례화 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남북관계를 단순히 이데올로기적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거나 정치적 관점에서 가부를 논할 때가 아닌 것이다.
인도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끈을 잇는 매듭의 역할로서 인력교류가 남북문제를 풀어가는 가교가 되고, 경협 등 국익에 도움 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은 물론이고 민간차원에서도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