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진 부장판사 檢 출석… "사실대로 진술할 생각"
이규진 부장판사 檢 출석… "사실대로 진술할 생각"
  • 박정원 기자
  • 승인 2018.08.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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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사찰·재판거래 연루 혐의… '윗선' 개입 여부 추궁
법관사찰과 재판개입 등 양승태 사법부 시절 여러 의혹에 연루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관사찰과 재판개입 등 양승태 사법부 시절 여러 의혹에 연루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3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3일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이 부장판사를 상대로 각종 의혹들에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누구의 지시를 받고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40분께 검찰청사에 도착한 이 부장판사는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만으로도 한없이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하지만 검찰에 출석해 진술하게 된 이상 아는 대로, 사실대로 진술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또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과 임종헌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아는 만큼 검찰에서 진술하겠다"고 답했으나 다른 질문에는 침묵을 지키며 조사실로 들어갔다.

이 부장판사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법관 모임의 자체 학술대회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이현숙 전 통합진보당 전북도의원이 2015년 제기한 지방의원 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 재판부 심증을 미리 빼내는 한편 선고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이날 이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에게 법관사찰을 비롯한 의혹 문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단서를 잡고 증거를 인멸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는지를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최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PC 하드디스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2월 법관사찰 등 의혹 문건들이 대거 사라진 흔적을 발견하고 당시 심의관들로부터 "이 부장판사 지시로 문제가 될 만한 문건을 지웠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이 부장판사는 2015년부터 올해 초까지 헌법재판소에 파견 나간 최모 부장판사로부터 대법원 판단에 대해 제기된 헌재 사건의 재판관 평의 내용과 일선 연구관 보고서 등을 이메일로 넘겨받은 의혹도 있다.

검찰은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의 배경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윗선' 개입 여부를 집중 캐물을 방침이다.

한편 이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 법원 자체조사 결과에 따라 '사법연구' 발령을 받아 사실상 무보직 상태다.

jungwon9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