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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기술탈취 막는다는 정부, 실상은 가해자?
중소기업 기술탈취 막는다는 정부, 실상은 가해자?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8.23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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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사이버캅’·금감원 ‘금융주소 한번에’ 등… 피해사례 다수
솔선수범 보여야 할 정부기관 되레 기술탈취 앞장
(사진=이가영 기자)
23일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대기업의 기술탈취·편취 근절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들의 모습. (사진=이가영 기자)

중소기업의 기술탈취를 적극 막겠다는 정부와 달리 공공기관 상당수가 중소기업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탈취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대기업의 기술탈취·편취 근절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부회장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 혁신방안을 제시하도록 했고 이 과정에서 기관간 실적경쟁이 벌어지면서 민간이 개발한 기술을 모방해 대국민 혁신 프로그램으로 내놓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이 2010년부터 제공하고 있는 ‘사이버캅(사이버안전국)’이 대표적이다. 해당 서비스는 핀테크 기업 ‘㈜더치트’가 2006년부터 개발·운영하고 있는 범죄방지 플랫폼 ‘더치트(TheCheat)’를 베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치트’는 온라인 거래 사기 피해자가 사기꾼의 이름, 아이디, 계좌번호, 휴대폰번호 등 정보를 공유해 2차 피해를 예방한다. ‘사이버캅’ 또한 인터넷 사기 범죄에 이용된 번호인지 화면에 표출해 거래 전 상대방의 신뢰도를 확인할 수 있다. 두 플랫폼은 개인 중고거래 사기피해 사례를 실시간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해 공유하고 사기 피해재발 방지 및 피해자간 공동대응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경찰청은 ㈜더치트에 해당 서비스 관련 표창과 감사장을 부여하기도 해 민간이 이러한 서비스를 개발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더치트의 핵심 영업비밀 정보인 사기피해사례 데이터베이스를 제공받았다는 점에서 기술탈취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주소 한번에’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짚코드’의 아이디어를 뺏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짚코드가 1999년부터 운용중인 주소일괄변경 서비스는 이사나 이직을 한경우 은행과 보험 신용카드 등에 연결된 사용자 주소를 한번에 변경해 준다. 금감원의 ‘금융주소 한번에’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지만 이사 등으로 주소가 변경되는 경우 은행, 카드회사, 보험회사, 이동통신회사 등 주소 정보를 한꺼번에 변경해 준다는 점에서 짚코드의 영업모델과 비슷하다. 

심지어 금감원은 짚코드의 이의 제기에 제휴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금감원의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감사를 하겠다는 둥 갑질을 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서비스를 한국신용정보원에 이관해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이미 국회 등을 통해 감사를 하는 등 조치를 취한적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신용정보원에 서비스를 이관한 것도 법이 바뀜에 따른 것이지 책임회피와는 관계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정부부처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나 기술을 베꼈다는 점에서 도덕적 지탄을 피해가기 힘들다. 아울러 최근 중소기업 기술탈취에 전면전을 선포하며 관련 정책을 강화 중인 정부 방침과도 위배된다. 

김남근 변호사는 “공공기관이 기술 모방 행위가 우리 경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둔감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중소기업간 비밀유지협약서(NDA)체결을 의무화하고 하도급계약 해지·종료시 기술자료 반환 및 폐기, 대·중소기업 간의 공정한 기술거래 M&A 등을 활성화해 기술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책임의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자금과 파급력이 상당한 정부나 공공기관을 당해내는 것은 ‘다윗과 골리앗’이나 마찬가지”라며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기관의 인식개선과 함께 다시는 이런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성토했다.

young2@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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