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 경찰 '과잉진압'으로 사망 결론
백남기 농민, 경찰 '과잉진압'으로 사망 결론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8.2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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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진상위, '故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조사결과 발표
"위험상황 아닌데 직사살수, 피해자 신체 자유 침해"
유족에 사과·손배소 취하·재발방지 대책 마련 권고
지난해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사망한 농민 백남기 씨의 빈소 모습
지난해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사망한 농민 백남기 씨의 빈소 모습

시위 중 경찰 물대포에 맞아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 사건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진상조사위는 사건 당일 경찰이 과도한 인원과 장비를 투입해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으며, 사고 관련자들이 별다른 인사조치 없이 승진하는 등 후속대처마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진상조사위 이런 내용이 담긴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의 조사결과를 21일 발표하고 유사사건 재발방지 및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정책의 개선을 경찰청에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그동안 19차례에 걸쳐 전체회의를 열고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 방침 △경비계획 △집회금지통고 △경력동원 및 차벽설치 △살수행위와 피해자 부상 당시 상황 △서울대병원으로 후송한 뒤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경찰의 역할 등을 검토했다. 

진상조사위는 우선 사건 당일 경찰이 살수차에 대한 안전성 검증과 살수 요원 훈련이 미비한 상황에서 살수차 사용은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사건 당일 경찰이 오후 4시30분부터 11시10분까지 6시간40분 동안 202톤의 물을 사용했는데, 여기에 최루액 440리터, 염료 120리터를 혼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살수량은 경찰이 2009~2015년까지 하루 동안 사용한 살수량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또 직사살수 할 때에는 안전을 고려해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해 사용해야 하지만, 사건 당시 물줄기가 백씨의 머리를 향하는 등 살수차 운용 지침이 정한 사용방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위험 상황이 아님에도 지속적으로 직사살수를 지시한 행위는 피해자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경찰은 살수차에 대한 안전성 검증과 살수요원에 대한 훈련이 미비한 상황에서 살수행위를 한 데다 혼합살수 방법은 법령에 열거된 사용방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 농민 모습.
지난해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 농민 모습.

아울러 사건 당시 경찰이 시민들이 청와대 경호구역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위해 현장 경찰관들에게 1~3차 차단선을 절대 방어할 것을 주문한 것에 대해서도 '과도한 경찰권 행사'이자 '국민의 집회결사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경찰은 집회에 738대의 버스와 차벽트럭 20대 등을 투입해 광화문로터리와 서린교차로 등에 차벽을 설치했다. 투입된 경력은 278개 중대(약 2만여명)에 달한다.

집회 당일 이후 경찰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진상조사위의 지적도 나왔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백씨를 병원에 후송한 후 병원 측과 접촉했고 피해자 치료는 물론 수술 과정에도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작년 10월 17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후에야 관련자 징계를 위한 감찰조사를 시작했지만, 당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인사조치 없이 일부 관련자는 심사를 거쳐 승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집회참가자에 대한 진압과 수사를 진행했지만 자체 책임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며 "향후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할 경우 제대로 된 진상 조사와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를 위해 경찰이 공권력을 사용해 인권 침해한 사실에 대해 공식 의견을 내고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또 국가가 집회의 주최·참여자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도 권고했다. 

이밖에  진상조사위는 △국제인권기준에 맞는 ‘집회시위 보장을 위한 업무지침’ 수립 △집회·시위 현장에서 살수차·방수포 배치·사용 금지 △집회·시위 경비계획 수립 때 긴급구호 책임소재 등 사전 업무지침 마련 등을 권고했다.

한편 백씨는 2015년 11월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중태에 빠진 뒤 2016년 9월 25일 결국 숨졌다.

[사진=연합뉴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