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스님 퇴진… "한국 불교 개혁 뜻 못 이뤄"
설정 스님 퇴진… "한국 불교 개혁 뜻 못 이뤄"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08.21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부 기득권 세력 비판… 자신에 대한 의혹은 '부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퇴진했다.

설정 스님은 21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잘못된 한국 불교를 변화시키기 위해 종단에 나왔지만 뜻을 못 이루고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 같다”며 퇴진의 뜻을 밝혔다.

기자회견을 통해 설정스님은 최근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재차 부인하면서 종단 개혁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과 이에 반대하는 일부 기득권 세력을 비판했다.

설정스님은 "총무원장으로서 1994년 개혁을 통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고 싶었으나 종단을 소수 정치권승들이 철저하게 붕괴시키고 있다"며 "사부대중이 주인이 되는 종단을 만들기 위해 종도들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만들어서 8월 말까지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는데도 내몰리면서 이게 조계종의 윤리이고 도덕이냐 많은 생각을 했다"며 "10개월 동안 수많은 언론의 뭇매를 맞고 대중의 불신을 받았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일이 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며 "물론 나를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진실로 나를 보호해야 할,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이들은 그러지 않았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11월1일 제35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서울대 학력위조 의혹, 거액의 부동산 보유 의혹, 숨겨둔 자녀가 있다는 의혹 등에 휩싸였다.

당선 이후에는 학력위조 의혹에 대해서는 사과했으나, 은처자 의혹 등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지만 MBC ‘PD수첩’이 관련 의혹을 다루면서 논란은 확대됐고, 설조 스님이 설정 스님의 퇴단을 촉구하며 40일 넘게 단식을 하는 등 논란이 이어져왔다.

이에 설정 스님은 지난 16일 퇴진하려다 이를 번복한 이후, 자신에 대한 탄핵 인준까지 앞두게 되자 다시금 자진 퇴진의사를 밝히게 됐다.

설정 스님은 기자회견 후 조계사에 들러 참배하고 신도, 종무원들과 인사한 뒤 오후 1시45분께 차를 타고 수덕사로 떠났다.

설정 스님은 떠나기 전 "불교의 위대한 진리를 스스로 수용하고 국민에게 나눠줘서 희망과 용기와 기쁨을 줄 수 있는 종교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나를 내세우고 불교를 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내 자리와 먹거리를 내려놓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불교개혁이 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계종 중앙종회는 22일 개최 예정인 원로회의에서 이를 인준할지 여부를 최종결정하게 되며 이후 총무부장인 진우 스님의 총무원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돼 60일 이내에 총무원장 선거를 치루게 될 예정이다.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