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먹구름 몰려오는데… ‘보수킹’ 등극한 유상호 사장님
하반기 먹구름 몰려오는데… ‘보수킹’ 등극한 유상호 사장님
  • 성승제 기자
  • 승인 2018.08.2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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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만 보수 20억원 챙겨… 한투증권 실적 상승률은 하위권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한국투자증권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사진=한국투자증권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그는 한국투자증권 반기 최대실적을 달성하는가 하면 업계 최고 수준의 보수를 받는 인물로 랭크됐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 3782억원, 당기순이익 2873억원(6.2%)을 기록하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상반기 매출액도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7.7% 상승한 4조1764억원을 기록했다. 유 사장은 이러한 실적에 힘입어 상반기에만 20억원의 보수를 챙겼다. 증권사 현직 CEO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특히 위탁매매 부문에서 142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고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부문에서도 전년동기 대비 20~30%대의 성장세를 보였다. 초대형 IB 지위를 유지한 것도 실적개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먼저 초대형 IB 발행어음 인가를 취득했다. 8월 초 기준 발행어음 잔고는 2조7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한국투자증권이 상반기에 성장을 거듭했지만 하반기에도 계속 웃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반기 증권업계에 잠제적인 위험이 산적해 있어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다. 두 강대국의 치킨싸움으로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국내 증시는 조정국면으로 하향조정됐다. 코스피 3000포인트는 물론 연초 전망치로 내놨던 연중 고점 도달도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여기에 터키 등 주변 신흥국 위기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주식 거래도 대폭 줄었다. 최근 KRX 증권업종 지수는 연중 고점 대피 25.6% 하락했다. 주식거래가 줄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가장 먼저 증권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유 사장도 이러한 악재를 피해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올 상반기 주요 증권사 실적을 비교하면 한국투자증권은 하위권에 속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20곳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상반기 순익은 총 2조387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2.3%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당기순익 비중이 6%대 수준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또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달성한 곳도 증권사 20곳 중 13곳(65%)에 달했다. 이중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의 상반기 당기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7% 늘어난 3578억원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 부회장이 상반기 보수로 수령한 금액은 15억원가량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개선이 유 사장의 리더십보다는 업계호황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이 오른 것은 맞지만 전체 순익 비율로 보면 하위권에 속한다”면서 “(유 사장이) 경영을 잘했다기보다는 업계 호황이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을 끌어 올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요한 것은 하반기"라며 "여럿 악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따라 그의 경영 능력이 재평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ban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