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호무역주의 대응 구색 맞추기보단 실질적 대책을
[기자수첩] 보호무역주의 대응 구색 맞추기보단 실질적 대책을
  • 이가영 기자
  • 승인 2018.08.2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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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액션이요? 있으면 대신 좀 알려주세요.”

EU(유럽연합)로부터 국내산 철강에 대한 세이프가드 잠정조치가 발표된 지난달 19일 기자가 산업부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조치를 시작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부과되는 관세폭탄에 두루뭉술한 대책 대신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했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글로벌 기조에 맞서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무책임한 답변에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중후장대 산업을 중심으로 연일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기자가 담당하고 있는 철강분야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미국의 주요 철강수입국 중 하나로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직격타를 맞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이 같은 분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도미노마냥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EU는 지난달 19일부터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후판 등 23개 철강재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잠정조치를 시행중이다. 캐나다도 철강 제품에 수입 규제 조치를 검토 중이다. 또한 지난 17일에는 인도 철강업계가 최근 한국산과 일본산 철강 수입 급증에 따라 이의를 제기, 인도도 수입산 철강 세이프가드 부과를 검토 중이다. 당분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지속되면서 다른 국가들로부터의 관세부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연이어 터지는 관세폭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책은 한결같다. 산업부는 그간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관련 ‘모니터링 강화’ ‘주요 수출국과의 아웃리치 확대’ ‘시장 다변화’와 같은 대책만을 앵무새마냥 반복하고 있다. 아울러 이 같은 대책에도 반복 부과되는 관세는 정부 대책의 효용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물론 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우후죽순 확산되는 상황에서 개별국가가 할 수 있는 대응이란 한정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매번 같은 대책을 내놓는 것은 업계와 국민을 달래기 위한 구색맞추기에 불과해보인다. 

정부는 좀 더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철강 뿐 아니라 여타 중후장대산업까지 보호무역주의 여파가 번질 수 있다. 하반기 수출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대처는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리스크를 키울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young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