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가에서 웃옷을 벗고 긴 머리를 감고 있는 조선시대 유명작가의 어느 풍속화를 연상 할 것도 없이 샴푸에 밀려 이미 창포물의 이름조차 희미해지고 있지만 칠흙 같은 머리카락에, 짙은 눈썹이 여성의 매력적 포인트라는 사실은 부인하지 못 할 것이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우리 몸에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신체 어느 부위에나 털이 있는데 동물과는 다르게 왜 인간만 특정부위에 뚜렷한 형태로 털이 남아 있을까?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털이 남아 있는 부분은 신체표면 중에서 생식과 생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예를 들어 머리털은 뇌라는 가장 중요한 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눈썹은 중요한 감각기관인 시각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또 겨드랑이의 털은 심장이나 폐와 같은 생명과 직접 연결된 기관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특히 회음부는 종족과 생명을 창조하는 생식기관이 있는 곳이기에 털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런 털들은 연령과 신체부위에 따라 그 외형은 물론 특성에 차이가 있다. 머리카락은 비교적 가늘고 부드러운 반면 그 성장속도가 비교적 빠르고, 눈썹은 어느 정도 까지만 자라고 그 이상은 자라지 않는다. 또 겨드랑이와 음부의 털은 아주 두껍고 뻣뻣하면서 꼬불꼬불하다.
그 중에서도 머리털은 미용학적으로 아주 중요해 남성은 물론 여성의 외모를 좌우한다. 머리털이 없는 경우 나이에 비해 늙어 보여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까지 있다. 이런 까닭에 사업상 젊고 활기차게 보이려는 목적으로 최근 성형외과를 찾는 남성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한편 여성의 경우 털이 없어야 할 곳에 너무 많아서 불편을 겪는가 하면 있어야 할 곳에 없어서 병 아닌 병으로 여겨지는 ‘무음모증’까지 있다. 우리나라 여성의 음모발생 상태에 대한 통계에 의하면 9.7%는 음모가 전무한 상태고, 57.3%는 극히 적은 상태라고 한다.
머리카락이 빠진 대머리에서부터 회음부에 털이 없는 무음모증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도 없어진 털을 정상과 같이 복구시키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이런 걱정을 ‘줄기세포 모낭이식술’로 해결할 수 있다. 이 수술은 머리뒷쪽에서 모낭을 얻어다가 원하는 부위에 필요한 만큼 마치 모내기를 하듯이 모낭을 하나하나 심어 주는 방법이다.
기술의 발달로 모낭이식수술 전, 후 줄기세포를 모낭근처의 진피하층(subdermal)에 주사함으로써 잠자는 모낭은 깨우고 이식된 모근은 단단히 해 생착률을 높이도록 하는 시술도 시행되고 있다. 요약하면 줄기세포시술-모발이식수술-줄기세포시술의 순서다.
이 경우 환자가 숙지해야 할 점은 일단 처음 심은 모낭에 붙어 있는 털은 8~12주에 걸쳐서 빠진 다음 새로 생착된 모낭으로부터 다시 털이 난다는 것과 대머리 경우에는 같은 두피모발이라서 상관 없지만 여성들의 무음모증의 치료목적인 경우에는 처음에는 굵기 나 크기, 모양, 촉감 등에서 원래의 음모와는 다르고 머리털에 가까우나 6개월~1년 정도 지나면 그 성향이 점점 원래의 머리카락에서 음모 쪽을 닮아 간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