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남도 비서 "피해자 말은 왜 듣지 않나" 사법부 비판
전 충남도 비서 "피해자 말은 왜 듣지 않나" 사법부 비판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8.08.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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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서 편지 통해 심경 밝혀…변호사 대독
"성폭력 피해 있었다…합리적 판결할 판사들 만나길 바랄 뿐"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무죄와 관련해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제5차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무죄와 관련해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의 핵심 피해자인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모씨가 1심 법원의 선고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긴급집회에서 정혜선 변호사가 대독한 편지를 통해 선고 이후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앞서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4일 안 전 지사가 피해자 김씨에게 가진 업무상 위력이 간음 행위에서 행사됐다고 보기 어렵고 김씨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는 취지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8월14일 이후에는 여러 차례 슬픔과 분노에 휩쓸렸다"면서 "'죽어야 제대로 된 미투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죽어야 할까'라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그날 안희정에게 물리적 폭력과 성적 폭력을 당했다. 그날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거절을 분명히 표시했다"며 "직장에서 잘릴 것 같아 도망치지 못했고, 그날 일을 망치지 않으려고 티 내지 않고 업무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날 안희정의 '미안하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말을 믿었다"며 "그날 안희정의 범죄들을 잊기 위해 일에만 매진했다"며 성폭력 피해를 거듭 강조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를 향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김씨는 "판사님 제 목소리를 들으셨나. 검찰이 검증하고 확인한 증거들을 읽어보셨나.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으실거면서 왜 물으셨나"고 반문했다.

이어 "안희정에게는 왜 김지은에게 미안하다 말하며 그렇게 여러 차례 농락했나 물으셨나. 왜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썼느냐고 물으셨나. 왜 검찰 출두 직후 자신의 휴대전화를 파기했느냐고 물으셨나"라고 질문했다.

그러면서 "왜 내게는 묻고 가해자에게는 묻지 않으셨나"라며 "가해자의 증인들이 하는 말과 그들의 증거는 다 들으면서 왜 저의 이야기나 어렵게 진실을 말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았나"라며 재판부를 거듭 비판했다.

김씨는 "이제 더이상 대한민국에서 기댈 곳이 없다. 그저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결을 하게 해줄수 있는 판사님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드리는 것 뿐"이라며 "저는 높은 언론인과 고위 경찰을 알지 못하는 평범한 시민일 뿐이다. 많은 분들의 관심이 진실을 지켜주실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위력이 있지만 위력은 아니다. 거절은 했지만 유죄는 아니다. 합의하지 않은 관계이나 강간은 아니다. 원치않은 성관계는 있었지만 성폭력은 아니다. 그때는 미안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한다. 뭐가 아니라는 것인가. 바로잡을 때까지 이 악물고 살아남겠다"고 전했다.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