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류 종량세, 성장의 필수요건
[기자수첩] 주류 종량세, 성장의 필수요건
  • 김견희 기자
  • 승인 2018.08.16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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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 4캔에 1만원'이라는 틀에 갇혀 종가세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주세법 개정이 사실상 무산됐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018 세법개정안’을 발표를 앞두고 “조세 형평과 소비자 후생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주세법 개편에 제동을 걸었다.

종량세 전환으로 '4캔 1만원' 하는 수입맥주의 가격이 오르는 등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즉 소비자 입장에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크게 아쉬워했다. 수입맥주와 국내맥주 과세체계 형평성을 위해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온 만큼 이번에는 개편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국산맥주는 광고·마케팅 비용을 포함한 제조원가에 대한 세금을 붙이지만 수입맥주는 판매관리비를 제외한 수입신고가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일부 수입 맥주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 철폐로 과세조차 없다.

하지만 종량세는 저품질 맥주를 거르는 ‘옥석 가리기’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종량세를 적용할 경우 저품질 원재료로 헐값에 만든 ‘가짜맥주’들이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논리다.

상대적으로 고급맥주는 오히려 활성화 될 것이다. 맥아와 홉 등을 풍부하게 사용해 원가가 높은 수제맥주에는 종가세보다 종량세 세금 책정이 더 유리하다. 즉 소비자 입장에선 고급맥주를 더욱 저렴하게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수제맥주도 '4캔에 1만원'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정체기를 겪는 국산맥주 시장에 발전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사정이 좋지 않은 주류업계는 발포주에 눈을 돌리고 있다. 맥아 함량을 낮춰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의 세금을 적용받을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역차별 과세체계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시도도 못하는 등 국내 업체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종량세 전환은 국내 맥주시장을 검증된 품질의 제품들로 풍성하게 성장시키기 위한  필수요건이다. 정부는 세금 납부, 대규모 고용 유지 등 국내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주류 업체들의 외침과 호소를 엄살 정도로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

peki@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