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그런 말을 하기도 한다. “주택공급 과잉의 시대다.”
이는 주택보급률(일반가구수에 대한 주택 수의 백분율)에 기초한 판단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08년에 이미 전국 평균 주택보급률은 100%를 돌파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참으로 꾸준히 쏟아져 나오는 ‘신규 아파트 상품’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이는 비단 민간주택상품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 후속 조치에는 ‘공공분양주택 공급비율 확대’라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주택 시장의 열기가 주택보급률이 지금보다 더 높아진들 과연 식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아마도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시장의 열기는 식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과연 ‘과잉’이라는 표현이 적절할까? 마치 ‘보릿고개’라는 단어만큼이나 기시감이 드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시대로 이미 우리 사회는 성장했다. 우리에게 집은 여전히 재산증식의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삶에서 집이 점유하는 비중과 가치에 대한 기준이 단순히 재산증식의 수단을 넘어 다양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공주택의 키워드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자신의 동네에 임대주택이 들어오면 동네 가치가 떨어진다고 반대하고, 공공주택에 사는 사람들 스스로 자신들의 정주 공간 가치가 낮다고 여기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은 새로운 가치의 창출 또는 가치에 대한 스펙트럼의 확장일 수 있지 않을까?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의 가치를 재단하는 지금까지의 획일화된 기준이 과연 현대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행복을 주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가 냉정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도시를 가득 메운 수 많은 아파트 단지들 가운데, ‘마을’이라는 우리네 전통적 정서를 담아 부를 수 있는 모델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마을은 단순히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집합적 장소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는 공동체의 단위로서 그 의미가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정석 교수님의 말을 빌리면, 현재 우리 사회는 과거 개발 위주의 양적 공급에 치중했던 공동주택에서 ‘공동체 주택’으로의 개념적 전이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즉, 위에서 언급한 ‘가치’라는 프레임에 다양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혁신적인 변화를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은 사업성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민간 주도형 공동주택보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주택 분야에서 더 용이하다고 본다. 공공주택은 단순히 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한 소위 ‘가성비 좋은 주택 공급’이라는 1차원적 목표를 넘어, 이웃과 공동체, 육아와 여가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고찰과 다양한 해법을 제안하는 복합적인 사회적 대안으로 그 역할을 재정의 함이 바람직 할 것이다.
주거환경 또한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수요를 견인하는 힘은 사용자의 인식의 변화에서 비롯되며, 우리 사회는 그러한 변화를 자연스럽게 촉진시킬 수 있는 직·간접적 경험이 필요한 시대를 맞이했다.
우리 사회의 역사와 전통적 문화에 깊이 배어있던, 그러나 점차 희미해져 가는 공동체 의식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야 말로 행복한 삶을 견인하는 주거환경을 위해 현대에 맞게 재탄생 시켜야 하는 소중한 자원일 것이다.
/윤택용 나우동인건축 설계사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