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재판 개입 의혹' 前판사 압수수색… 현직 판사는 또 영장기각
檢, '재판 개입 의혹' 前판사 압수수색… 현직 판사는 또 영장기각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8.08.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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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문건, 재판 영향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검찰 "영장법관이 예단… 대단히 부당한 처세"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법원행정처가 비위 판사의 징계를 무마하고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15일 문모 전 부산고법 판사의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부산에 있는 문 전 판사와 사건에 연루된 건설업자 정모씨의 자택·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업무일지 등을 확보했다.

하지만 검찰이 문 전 판사와 함께 청구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또다시 기각되면서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 차원에서 검찰의 수사 진척에 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이보다 앞서 문 전 판사의 비위 의혹을 검찰에서 통보받고도 구두경고 말고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문 전 판사의 재판개입 의혹을 덮기 위해 일선 재판에 직접 관여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은 2016년 9월 만든 관련 문건에서 "문모 부산고법 판사가 건설업자 정씨의 재판부 심증을 빼내려 한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검찰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변론을 재개해 공판을 1∼2회 더 진행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이를 법원행정처장이나 차장이 부산고법원장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구체적 방법도 문건에 제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실제 정씨 재판이 문건 내용대로 진행된 점으로 미뤄 재판개입이 실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문 전 판사, 정씨의 친분을 이용해 상고법원 설치를 관철하려고 문 전 판사 관련 의혹을 덮은 것이 아닌지를 의심하고 있다.

법원은 문 전 판사의 행위나 의혹과 관련한 법원행정처 작성 문건들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추상적 가능성만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는 힘들다는 이유 등으로  당시 정씨 재판을 담당한 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실상 재판개입은 없었다는 판단을 미리 내리고 현직 판사들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영장전담 법관이 법원행정처 문건들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예단했다"면서 "임의수사 시행 여부 등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이 과정에 관여한 전·현직 판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모두 기각한 것은 대단히 부당한 처세"라고 지적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말에도 문 전 판사와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 등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현 전 수석과 문건을 작성한 당시 윤리감사관실 심의관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해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했다.

ej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