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서둘러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공식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적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폐지론을 주장하고 나섰고 보험료 환급 요구까지 번지고 있다. 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입장일 뿐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재정확장을 통해 경기부양을 주장하는 문재인정부가 보험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 것 같다.
분위기가 점점 험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노후소득 보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복지정책의 중요 목표 중 하나인데 마치 정부가 정반대로 그에 대한 대책 없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높인다거나, 연금지급 시기를 늦춘다는 등의 방침을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알려진 연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해명이 국민의 보험료 반대 여론을 얼마나 잠재울지는 미지수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이 그만큼 일상생활에서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사실 노후를 보장하는 사회보험으로 국민 누구라도 환영할 일이다. 단지 ‘국민연금 고갈론’이 대두되면서 국민 불안이 증폭된 것이 문제다. 젊었을 때 부지런히 국민연금을 납입하더라도 정작 노후에 받을 연금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냐는 논리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원래의 목적과 달리 정부 정책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연금이 각 기업에 투자를 하고서도 경영권 행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주주 권리조차 찾지 못하고 주주총회에서 거수기 노릇을 한 전례들은 겸허히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또한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투자한 공적자금들이 얼마나 많이 손실을 입었는지 계산하기도 힘들다. 산업 구조조정의 적재적소에 투자를 했더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퍼주기식 투자는 결국 가입자에게 무수한 피해를 안긴 꼴이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잘 운용해서 넉넉히 돌려받아야 할 국민연금이 정부의 쌈짓돈처럼 여겨지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은 올 하반기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주주권 행사범위를 ‘경영참여’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국민연금을 비롯한 은행 등 회사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이 해당 기업 의사 결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지침이다.
그러나 가입자들은 이를 아직 신뢰하지 못한다. 국내 주식시장에 13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270곳에 지분율이 10%를 넘는 기업도 90곳에 달하는 곳이 국민연금이다. 성실하게 자산 운용을 하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다.
현재 국민연금법상 5년마다 하도록 규정돼 있는 국민연금 재정 수지 계산 등을 위한 여야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는 정부가 별도로 국민 의견을 수렴하면서 논의한 후에 국회의 입법과정까지 거쳐서 결정되게 된다.
사실상 법적 체계나 논의 시스템이 완비돼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가입자인 국민들이 ‘혹시나’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보험료 인상 논의에 앞서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국민연금 운용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