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붉은 깃발’ 발언을 시작으로 인터넷은행 규제완화 정책이 급물살을 탔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19세기 말 영국에 붉은 깃발 법이 있었다. (당시) 증기자동차가 전성기를 맞고 있었는데 영국은 마차업자들을 보호하려고 이 법을 만들었다. 결국 영국이 시작한 자동차 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쳐지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의 핵심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다. 현재 우리나라는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혁신 기술을 가진 IT기업이라도 인터넷은행 경영을 주도할 수 없고 투자를 하고 싶어도 더 늘릴 수 없는 구조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반쪽자리 은행이라는 지적도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불거졌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위해선 먼저 혁신이라는 단서가 반드시 붙어야 한다. 이자장사만 하려는 목적이라면 굳이 인터넷은행이 생겨날 이유가 없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하지 못하면서도 금융소비자들이 목말라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할 때 금융권에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낸 것은 사실이다. 은행은 신뢰를 먹고 사는 기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제 막 출범한 은행에 수백만명이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모바일 앱을 깔았다.
금융소비자들이 인터넷은행을 찾은 이유는 낮은 대출금리 영향이 크다. 사실 이는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을 낮추고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상품을 적극 독려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굳이 법을 바꿔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비교적 낮은 금리를 혁신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만약 인터넷은행도 시중은행처럼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예대마진을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면 지금처럼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필자는 아쉽게도 현실에 안주할 가능성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 때 가서 또 다시 혁신을 요구하는 은행을 만들어야 할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곳이 저축은행이다.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상호금고에서 저축은행으로 ‘은행’이라는 명칭을 쓸 수 있도록 했지만 이후 ‘저축은행 영업정지’라는 오명만 남긴 채 대다수 사라졌다. 현재의 저축은행은 사실상 대부업이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했다가 자칫 대기업의 배만 더 불리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계속 반쪽자리 은행을 방치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계속해서 금융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당장은 규제완화보다는 이러한 구조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논의하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