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재편…일감몰아주기 의혹, 기업이 ‘돈줄’?
현대차그룹 재편…일감몰아주기 의혹, 기업이 ‘돈줄’?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8.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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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비스·이노션에 현대엔지니어링, 공익재단 지분까지 더해
4조원+a 자금 마련 필요…시행땐 의혹 스스로 인정하는 꼴
(사진=신아일보 DB)
(사진=신아일보 DB)

지난 5월 무산된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거론된 대안들은 앞선 개편안보다 더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는 그간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되던 기업들이 등장해 총수일가인 정몽구·의선 부자가 스스로 의혹을 인정하는 꼴이다. 

올해 4월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개편안을 기준으로 잡으면, 순환출자 해소와 경영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 16.88%, 13일 9시께 기준 3조8192억원 규모다. 모비스 분할법인과 글로비스의 상장 여부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업계는 글로비스와 이노션에 보유한 총수일가 지분이 모비스 지분 확보에 이용될 것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글로비스에 가진 총수일가 지분은 29.99%와 이노션 정의선 부회장 지분 2%를 합하면 1조5000억원 규모로 모비스 지분 6%에 해당한다. 

부족한 자금에 추가로 꺼낼 수 있는 자금줄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차정몽구 재단의 지분이다. 현대엔지니어링에는 정의선 회장 지분 11.72%, 정몽구 회장 4.68%가 있으며 한국장외주식연구소 기준 70만원 선으로 8700여억원이다. 또 여기에 현대차정몽구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 4.46%와 이노션 9.00%의 지분, 약 3200여억원을 더해볼 수도 있다.

이를 모두 활용하면 총수일가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2조7000억원으로 모비스 지분 10% 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자금을 모두 활용하기에는 세간의 인식이 부담스럽다. 활용되는 지분이 모두 일감몰아주기 대표 격으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글로비스와 이노션은 일감몰아주기 지분율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대표적 예로 늘상 거론되고 있다. 총수일가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시행 1주일 전인 2015년 2월6일 글로비스 주식 43.39% 중 13.39%를 종가보다 2.7% 낮은 가격에 매각해 29.99%를 맞췄다. 이노션 또한 2013년 말 최대주주였던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40%를 차례로 매각해 2015년 7월 기업공개(IPO) 시 2%로 맞춤으로써 정 회장의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 지분 27.99%에 더해 가까스로 규제를 회피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또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피할 수 없다. 화공·발전플랜트를 주사업으로 하던 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 후 대주주이자 계열사에 현대건설이 있음에도 사업을 건설·토목까지 확대했다. 현대엠코 지분 25%를 가지고 있던 정 부회장은 합병 이후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까지 얻게 됐다. 

공교롭게 현대엔지니어링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24% 수준에서 이듬해 34%까지 급증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4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시 모비스가 보유한 현대건설 지분에 대해 “현대건설의 주가하락은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현대엔지니어링 실적을 높이기 위해 건설수주를 현대건설을 통해 하지 않고 현대엔지니어링을 통해 하고 있다는 의혹과도 연계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 합병 후 상장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의 관계는 지난 지배구조 개편 시도 후 무산된 모비스의 변화가 떠올려지는 행보다. 하드웨어 업체인 모비스는 소프트웨어 사업까지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회사로 디지털 맵과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분야의 현대엠엔소프트와 비메모리 반도체 및 차량용 전자제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현대오트론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모비스 관계자는 “오트론과 엠엔소프트가 수행 중인 사업과는 크게 다르지 않으며 자율주행 자동차에 관한 전반적인 부분을 다루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그간 거론된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분율 조정을 통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 글로비스의 상장, 현대엔지니어링의 현대엠코 및 현대건설 합병 후 상장, 모비스의 사업재편 등 그룹의 움직임이 경영승계라는 시나리오 안에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