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군대식 대처방안이라는 표현이 주는 느낌은 좋은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방식은 사고의 재발을 막는다는 미명 하에 문제의 원인을 그릇되게 지목하고 근원을 없애려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체육행사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체육행사를 폐지하고, 회식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회식을 금지한다. 하지만 이는 잠시의 미봉책이지 진정한 해결책은 아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가 접하는 부동산 정책도 일면 유사하다.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꾀한다는 의도는 알겠으나 실물시장가격의 급격한 변동을 막겠다는 조치들의 한계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는 건축물과 부동산에 대한 이해를 뒤로하고 가격이라는 숫자에만 집중했기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건축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화가 진행된다. 이 때문에 유지보수는 필수이며, 어느 시점에서는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한다. 지방도시에서 흔히 발생하는 구도심의 몰락도 이런 맥락에서 벌어진다. 구도심의 재개발보다 외곽에 신도심을 만드는 것이 저렴하고 효율적이라면 그렇게 된다. 서울에서는 주요 상권의 이동과 확대가 그 예이다. 굳이 도시재생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니더라도 건축물 등이 새롭게 단장하는 것은 이상할 것도 없다. 특히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거지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노후지역이 말끔해지거나 새로운 시설이 들어오면 해당 지역은 물론 인근의 부동산가격도 오른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의 결과인 신축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요지나 중심부에 위치했거나 신축의 공급이 적은 지역이라면 기존의 물건도 오른다. 이런 수요는 정부가 강제로 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제시된 정부대책은 부동산가격에 영향을 끼칠만한 것은 아무것도 손대지 말라는 식이다.
우선 부동산의 손바뀜을 통해 시세가 오르니 시장의 거래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제도를 여럿 도입했다. 대출심사 강화와 투기지역지정이 대표적이다. 양도세와 종부세의 강화, 의무보유기간이 부여된 임대사업자 등록의 권장 등도 동일 선상이다(다만 증세에 관한 논란은 본고에서 다루지 않는다). 동시에 이들 제도는 사실상 다주택자를 적폐로 간주하지만, 전·월세시장이 누군가가 소유는 하되 실거주하지 않는 주택으로 구성된다는 점은 간과한다.
새 아파트의 가격이 비싸니 분양가는 물론 재건축과 재개발도 규제한다. 이미 사업이 진행된 단지에 대한 대출강화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는 기본이다. 애초부터 사업 진행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안전진단기준을 강화하고 재개발구역 등의 지정을 해제한다. 그런데 막상 현 정부의 핵심국정과제인 도시재생도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초래한다는 것과 재건축과 재개발도 엄연히 도시재생의 한 유형이라는 사실에는 눈을 감는다.
새로운 개발사업들도 규제한다. 실제로 서울시가 여의도와 용산을 통합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국토교통부는 부동산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며 정면으로 반발했다. 그렇다면 강북과 강남의 균형발전을 추진하는 서울시의 계획도 강북의 부동산상승을 우려해 제동이 걸려야 한다. 강남과 강북, 더 나아가 발전지역과 낙후지역 간의 갭은 요원하게 된다.
더구나 추가대책을 준비했다는 공식적인 위협이나 현장단속으로 정부가 원하는 대로 시장을 휘어잡겠다는 것은 착각이다. 그런 식이라면 설령 이번의 부동산규제가 한동안 가격상승을 억제하더라도 결국은 다음번의 반등폭을 키울 뿐이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시장안정이 아닌, 현실에서 감당 가능한 부분과 범위를 정책의 실행방안으로 설정해야만 한다. 제도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불필요한 규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필자 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경관·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