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혼돈의 여의도…박원순 시장 나설 때
[기자수첩] 혼돈의 여의도…박원순 시장 나설 때
  • 김재환 기자
  • 승인 2018.08.12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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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자의 언행과 약속은 신중해야 한다. 그들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국민의 희로애락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통째 재개발하겠다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른바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언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였다. 

시장으로서 도시계획에 대한 희망이나 구상안을 밝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파장이 적잖을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만큼 발언 시기와 형식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했다.

여의도를 업무·주거지가 어우러진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서울시 수장의 호언 이후 여의도가 속한 영등포구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4주 연속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치솟았다. 정부가 서울 집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와중에 불쏘시개를 던져넣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명확한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무성한 소문만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마스터플랜이 이달 혹은 다음 달 발표된다"고 하는가 하면, 어디서는 "아예 정해진 게 없다"고도 한다. 또 "서울시가 여의도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각종 인프라와 초고층 업무시설을 조성한다"는 소문과 "대규모 개발은 없을 것"이란 얘기가 함께 떠돈다.

이처럼 서울 주택시장에 큰 혼란과 각종 논란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언론의 주목이 부담스럽다며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주택 재건축 구상안 정도를 발표한 박 시장의 의도가 와전됐고, 여의도에 대규모 개발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집값 급등을 우려한 서울시 실무진들이 관련 내용을 축소하고 있다는 식의 새로운 의혹이 생겨나고 있다.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겠다"라거나 "맨해튼처럼 만들겠다"는 서울시 수장의 말을 주택 재건축 정도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진실이 무엇이든 지금 시점에서는 불을 지핀 박 시장이 전면에서 나서야 한다. 혼란을 가라앉히고,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기 위해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당장 여의도 마스터플랜의 구체적 계획을 내놓으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 큰 틀의 방향성이라도 제대로 공개해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기대와 의혹을 책임감 있게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미다.

여의도는 지금 때아닌 안갯속에 뒤덮였다. 현재로선 막연한 기대감과 우려 속에 방치돼 있는 여의도 주민과 서울시민들 만이 분명하게 보일 뿐이다. 

jej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