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남매 간첩단 조작사건’ 가족에 "재산손해도 배상" 판결
대법, ‘남매 간첩단 조작사건’ 가족에 "재산손해도 배상" 판결
  • 박소연 기자
  • 승인 2018.08.1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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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서 인정 안돼… 국가 불법행위 인정

전두환 정권이 조작한 간첩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퇴사당한 피해자 자녀들에 국가가 위자료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2일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에 따르면, 지난 1981년 발생한 남매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 나수연(90)·나진(85)씨와 나수연씨의 장남 정모씨, 사위 김모씨 등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뒤집고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열린 2심에서는 피해자와 그 자녀들에 대해 정신적 손해를 인정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지만 장남 정씨와 사위 김씨의 사직 압박에 의한 퇴사에 대해서는 “국가가 아닌 회사의 책임”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정씨와 김씨에 대한 재산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정간첩의 아들, 사위라는 낙인으로 인해 자신들의 학력이나 경력에 걸맞은 직장에 취업해 정상적인 직업생활을 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다니던 회사를 사직할 수 밖에 없어 학교 및 경력에 상응하는 수입을 얻지 못한 재산상 손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남매간첩단 조작사건은 지난 1981년 3월 전두환 정권이 공안 분위기를 조장하기 위해 앞선 1976년 간첩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무혐의로 풀려난 나씨 남매를 다시 체포한 사건이다.

당시 3개월간 경찰에 불법구금된 나씨 남매는 고문을 못이겨 '월북한 사실이 있다'고 허위자백을 했고, 법원은 이를 근거로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7년을 확정했다.

이후 나씨 남매는 법정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해왔으며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지난 2012년 9월 재심 결정 이후 2014년 6월 남매의 무죄를 인정했다.

무죄 선고 직후 나씨 남매와 자녀들은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재산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하급심 모두 정신적 손해배상은 인정해 나씨 남매의 가족별로 적게는 5천만원에서 많게는 3억6천여만원까지 위자료가 산정됐다.

그러나 사건 당시 대기업에 근무하던 정씨와 나씨는 사직 압박을 받고 1982년 7월과 1983년 2월에 각각 퇴사했고 이러한 재산피해에 대해 1심은 국가 책임을 인정한 반면, 2심은 반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가의 불법행위가 인정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신아일보] 박소연 기자

thdus524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