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대질서 진술 번복… 특검, 보강조사 실시
드루킹 대질서 진술 번복… 특검, 보강조사 실시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8.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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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크랩 시연 당시 동석한 핵심 측근 '서유기' 소환
'드루킹' 김동원씨. (사진=연합뉴스)
'드루킹' 김동원씨. (사진=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2차 소환조사에서 실시한 ‘드루킹’ 김동원씨와의 대질신문에서 김씨가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드루킹의 최측근들을 재소환하면서 김 지사의 신병처리를 결정하기 위해 보강조사를 벌이고 있다.

11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허익범 특별검사팀 영상녹화조사실에서는 지난 9일 오후 10시 30분부터 이튿날 오전 2시까지 김 지사와 드루킹 김씨의 대질신문이 진행됐다.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꼽히는 두 사람은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아 2016년 11월 '킹크랩 시연회'를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김씨는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서 김 지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킹크랩 시연회를 했고 사전에 댓글 조작 범행에 대한 김 지사의 동의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지사가 인사 청탁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고,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는 등의 주장도 내놨다.

반면 김 지사는 당시 출판사 사무실을 방문한 것은 맞지만 킹크랩에 대해서는 몰랐다면서 김씨와는 의례적인 정치인과 지지자의 의례적인 관계였을 뿐이었다고 반박했다.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던 가운데 이날 대질에서 김씨는 논리적 허점을 드러내거나 진술을 수차례 번복하면서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오사카 총영사 청탁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김씨는 김 지사가 아닌 그의 보좌관 한모씨에게 청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자 특검은 드루킹이 그해 12월 14일 작성한 문건을 제시했다. 해당 문건에는 "6월 7일 의원회관에서 '바둑이'를 만나 오사카 총영사직을 요구했다"고 적혔다. 바둑이는 드루킹 일당이 김 지사를 칭하는 은어다.

이 문건을 읽은 김씨는 한동안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처음 보는 문건"이라며 잡아떼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제가 문건에 잘못 기재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김씨는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를 한 뒤 김 지사로부터 회식비 100만원을 받았다는 기존 진술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특검은 그간 이 돈을 김 지사의 '공모 의사'를 확실히 보여주는 핵심 증거라고 판단해왔다. 이에 이날 관련 내용을 거듭 캐물었으나 끝내 김씨는 침묵했다.

다만 김씨는 김 지사가 댓글조작 범행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점을 의심케 하는 새로운 정황을 비교적 상세히 내놓기도 했다.

김씨는 김 지사가 2016년 9월 28일 느릅나무 출판사를 처음 찾았을 당시 이미 불법 댓글조작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얘기를 건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옛 한나라당이 2007년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대선에서 승리한 것을 예로 들면서 자신이 이끄는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을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을 인지하게 된 시점으로는 이른바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킹크랩 시연회'가 열렸다고 드루킹 측에서 주장하는 2016년 11월 8일로 추측돼왔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출판사를 찾아 경공모에 대한 소개를 들었을 뿐 불법 댓글조작이나 대권후보 경선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양측이 상반되는 주장을 이어가면서 특검은 이날 세부적인 내용을 보강하기 위해 드루킹의 공범 '서유기' 박모씨를 조사했다.

특검은 박씨를 상대로 킹크랩 운용 행태, 댓글 조작 규모 및 목적 외에도 킹크랩에 대한 김 지사 인지 여부, 당시 구체적 상황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