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사드) 배치 보복으로 냉각됐던 한·중 관계의 얽혔던 실타래가 하나둘씩 풀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요원해 보인다.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냉전의 벽을 뚫고 수교한 지 만 26주년이 되는 날이다.
1992년 수교 이후 정치·경제·문화 등 활발한 교류를 통해 한국과 중국은 물적·양적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구가해 왔다.
하지만 2017년4월26일 경상북도 성주에 사드가 공식 배치되면서 양국은 수교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서로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사드(THAAD)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 체계의 핵심요소 중 하나이다.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군 병력과 장비, 인구 밀집 지역, 핵심시설 등을 방어하는데 사용된다.
중국은 사드가 배치되기 전부터 한반도에 고고도 미사일 배치를 줄곧 반대해왔다. 미국과 국경을 접하는 것과 같은 부담감과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드 배치가 결정되자 중국은 불편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관영매체를 통해 연일 토로하며 규제와 압박 수위를 높였다.
중국은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를 통해 “미·한의 사드 배치 결정은 남중국해 영유권 중재안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남의 위기를 틈타 남을 해치는 것’”이라며 사드 배치와 관련된 기업, 한국 정부 등의 경제제재, 사드 배치를 주장한 정치인 중국 입국 금지 등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한국과 미국 당국은 “고도화하는 북한의 미사일 방어를 위해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지만, 중국은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한국이 합류한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다.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은 정치를 넘어 경제·문화·여행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다.
2017년 ‘국내의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 전수조사 결과’ 조사 대상 161곳 가운데 폐업한 곳이 18개소(11.2%), 휴업한 곳이 66개소(41.0%)로 집계됐다. 휴·폐업 업체의 비율이 52.2%에 달하는 셈이다. 매출 감소 등 경제적 피해를 봤다는 업체도 67개소로 집계됐다.
사드 배치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것은 아마 롯데그룹일 것이다.
사드 부지를 제공해서일까? 2017년 중국 롯데마트 99곳 중 87곳이 영업중단 조치를 당했다. 그로 인한 피해액만 1조2000억 원에 달했다.
2008년 롯데마트 브랜드로 중국 사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인 2012년 100호점을 돌파하며 의욕적으로 규모를 키웠지만 지속적인 적자와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 시장 진출 10년 만에 결국 철수를 선언했다.
2018년 ‘한한령’이 해제될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는 있지만 아직 피부에 와 닫지는 않아 보인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한국을 방문 사드 보복 해제 차원에서 중국인 한국 단체관광 정상화, 롯데마트 원활한 매각 절차 진행, 선양 롯데월드 공사 재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 등을 언급 얽킨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는 모양새이지만 양국 간 이해와 배려 없이는 멈춘 발걸음을 쉽게 움직이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한중수교 26주년 기념일인 24일을 기점으로 한·중간 쌓였던 불신의 벽을 허물고 우호의 뿌리를 깊이 내리는 원년의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