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싼 집에 산다"는 저급한 과시욕 버려야
[기자수첩] "비싼 집에 산다"는 저급한 과시욕 버려야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8.08.09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을 의미하는 명품(名品). 이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과시욕을 채우는 대표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

가방과 옷, 시계 등 다양한 상품 앞에 명품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단어 자체가 가진 의미대로라면 '품질이 좋아 널리 알려진 제품'이 명품의 자격을 얻어야 마땅하지만, 현실에서는 '값비싼 제품' 이상도 이하도 아닌듯 하다.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것을 착용하는 사람 중 일부는 '나는 비싼 물건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도가 지나쳐 명품을 걸치지 못한 다른 이들을 은연중에 무시하기도 한다.

이런 과시적 명품 현상은 언제부터인가 사람이 사는 집을 대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과시욕에 기반한 주택에 대한 인식은 사람을 집으로 평가하는 등의 삐뚤어진 행위로 표출되기도 한다.

집값이 비싼 지역에 사는 것을 대단한 자랑처럼 여기거나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분양주택 거주자가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를 멸시하는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어른들의 그릇된 인식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이들 사이에서는 '임거(임대 거지)', '빌거(빌라 거지)'라는 황당한 말이 돌기도 한다.

얼마 전 기자의 지인은 자녀가 학교에서 이런 말을 듣고 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빌라에서 아파트로 이사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국토부는 지역사회에서 멸시의 대상이 됐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인식 바꾸기'에 착수했다. 민간분양 아파트를 능가하는 디자인을 적용한다거나 입주자와 지역주민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주거문화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무시돼 왔던 주택과 거주자에 대한 인식을 일정 부분 개선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집에 대한 국민적 의식 수준이 한 단계 높아져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비싸고 좋은 집에 산다고 해서 사람의 품격이나 신분이 함께 상승한다고 생각하면 크나큰 오산이다. 집의 금액적 가치를 자랑이나 멸시의 대상으로 삼는 것만큼 저급한 과시욕도 없다.

결국에는 사람이 중심이고 우선이다. 제아무리 값비싼 명품이나 집도 사람의 삶을 지원하는 여러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하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