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문턱인 입추(立秋)가 지났지만 폭염과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사람도 힘들지만 가축과 어류, 농작물도 시들고 죽어가고 있다. 채소와 생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축산물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채소값은 연일 급등하고 있다. 8일 게시된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사이트 참가격을 보면 채솟값은 일주일새 5.2% 상승했다. 그중 양배추는 36.6%나 올랐다. 폭염이 시작되기 전인 한달 전과 비교하면 가격 격차는 훨씬 더 커진다. 배추의 경우 94.9%, 양배추 90.7%, 시금치 35.5%, 무 28.6% 등 큰 폭으로 올랐다. 폭염과 가뭄이 지속되면서 수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지만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수산물과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폭염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바닷물 수온 상승, 적조 현상 등으로 양식장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축산 농가에서도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7일 현재 폭염으로 453만마리에 이르는 가축이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수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외식비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냉면 등 서민들이 주로 찾는 외식 메뉴 8개 가운데 7개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천재지변 수준의 폭염으로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1.5%상승했으나, 이는 지난해 물가가 크게 오른데 따른 기저효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가을에 접어들어도 수그러들지 않는 무더위 영향으로 올 하반기 물가 급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폭염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여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밥상 물가도 걱정이지만 추석은 코앞이고 김장철은 다가오는데 한숨부터 나온다.
하루가 다르게 널뛰기를 하는 물가에 경기 부진까지 더해져 서민들 고통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폭염 대응 농축산물 수급 안정 비상 TF’을 꾸리고 지방자치단체, 농촌진흥청, 농협 등과 함께 비축물량을 풀고 출하조절을 하면서 대응에 나섰지만 단기적인 응급 대책에 불과하다. 재난수준 폭염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으로, 체계적인 위기관리 매뉴얼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폭염을 기상 재난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폭염 피해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전 여름 더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폭염이 올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달라야 한다. 농축산물은 물론 국가 산업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한 다각적인 분석을 통해 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