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금액이 '용돈' 수준?… 국민연금 고갈론 우려 확산
수금액이 '용돈' 수준?… 국민연금 고갈론 우려 확산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8.0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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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대체율 인상' 논의 불가능하나… "여론 반향 전망"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가 애초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민연금이 최소생활비조차 보장 못 하는 ‘용돈연금’ 신세로 전락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소득대체율 인상이 제대로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지도 못한 채 사그라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8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 상태를 진단해 제도개선방안을 제안하는 제4차 재정 추계작업의 결과가 오는 17일 공청회에서 발표된다.

이번 4차 재정계산에서 국민연금은 2056∼2057년에 밑바닥을 드러낼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2013년 3차 재정계산에서 추산된 2060년 보다 3~4년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적립금이 당분간 계속 불어나 2040년대 초반 2500조원대로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다가 급격히 쪼그라든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국민연금은 그동안 기금고갈론과 재정위기론의 영향으로 소득대체율이 계속 낮아지면서, '전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소득원'을 목표로 했던 도입 취지를 무색하고 하고 있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생애 전 기간 평균소득과 대비한 국민연금 수령액의 비중이다. 즉, 소득대체율 50%는 가입기간(40년 기준) 월 평균소득이 100만원이라면 은퇴 후 월 50만원을 연금으로 받는다는 뜻이다.

소득대체율은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때 가입기간 40년 기준 70%였으나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기금소진 논란에 외환위기에 따른 재정 불안론의 타격으로 2018년 45%까지 낮아졌다.

게다가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이 넘쳐나면서 국민연금을 40년 내내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전체 국민연금 수급자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0% 안팎으로 점쳐진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연금 신규수급자의 평균가입 기간은 약 17년에 불과하고, 실질소득대체율은 약 24%에 머물렀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52만3000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고령자가 생각하는 월평균 최소생활비는 개인 기준으로 103만원이었다. 국민연금만으로 노후 최소한의 생계비를 충당하기에 역부족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하려면 소득대체율을 올려 국민연금이 노후소득보장장치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낮은 소득대체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번번히 무산되면서 사회적 논의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 공무원연금 개혁논의 과정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론이 나왔지만, 당시 여·야·정 논의과정에서 논의만 무성한 채 접점을 찾는데 실패하면서 흐지부지됐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매년 낮아지는 소득대체율을 2018년 45%에서 멈추고 해마다 0.5%포인트씩 올려 2028년부터는 50%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지난해 9월 발의해 놓았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번 4차 재정추계에서도 기금소진 시기가 더욱 앞당겨질 것이 확실시되면서 소득대체율 인상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사라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도 "소득대체율 인상론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안겨줄 수 있는 만큼 여론의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상론이 제대로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지도 못한 채 사그라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