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원망스럽다"… '이팔성 비망록' 법정 공개
"MB가 원망스럽다"… '이팔성 비망록' 법정 공개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8.0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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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 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해당 비망록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인사 청탁과 함께 거액을 건넨 일지가 소상히 기록돼있어, 검찰은 이를 이 전 대통령 뇌물 혐의에 대한 결정적 증거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7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속행 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회장이 2008년 1∼5월 작성한 41페이지에 달하는 비망록의 사본을 공개했다.

해당 비망록은 이 전 회장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 맏사위 이상주씨에게 5000만원씩 전달하기 시작한 뒤 작성된 것이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이 전 회장이 산업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 등의 자리나 국회의원 공천을 노리고 적극적으로 이 전 대통령 측에 청탁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 비망록에는 이 전 회장이 인사 청탁을 위해 이 전 대통령 측과 접촉하고 금품 등을 건넸다는 내용이 상세히 적혀있다.

비망록에서 이 전 회장은 2008년 2월 23일자로 "통의동 사무실에서 MB 만남. 나의 진로에 대해서는 위원장, 산업B, 국회의원까지 얘기했고 긍정 방향으로 조금 기다리라고 했음"이라고 적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이상득 부의장과 얘기해보겠다"는 등 이 전 회장 청탁대로 인사권을 행사해주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비망록에 적혀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언급한 ‘진로’에 대해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국회의원'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해 3월28일에는 "이명박과 인연을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하는지 여러가지로 괴롭다. 나는 그에게 약 30억원을 지원했다. 그 족속들이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돈을 지원했는데도 원하는 인사상 혜택이 없자 이 전 회장이 분개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비망록에는 이 전 대통령 취임 후인 같은 해 3월7일 당시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은 이 전 회장에게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제안했으나, 이 전 회장이 원했던 자리가 아니어서 거절했다고 적혔다.

이후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수행비서인 임재현 선임행정관을 통해 이 전 회장에게 연락, 이 자리를 직집 제의해 이사장 공모절차에 신청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망록 속 내용은 시기 상 이 때의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비망록에는 이 전 회장의 허탈한 감정도 포함됐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의 기대와 달리 KRX(한국거래소) 이사장, 금융감독원장 자리에서도 연이어 내정되지 않자 "MB가 원망스럽다. 사람을 어떻게 이렇게 취급하는지"라고 토로했다.

이 전 회장은 비망록에서 금전적 지원을 한 이상주 변호사가 인사 문제를 도와주지 않는데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왜 이렇게 배신감을 느낄까. 이상주 정말 어처구니없다. 소송해서라도 내가 준 8억원 청구 소송할 것이다"고 적었다.

이 같은 비망록 내용에 대해 검찰은 "그날그날 적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보일 정도로 고도의 정확성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2011년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나 사위 이상주 변호사 등을 통해 이 전 회장으로부터 22억5000만원의 현금과 1230만원어치 양복을 뇌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