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 덥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을만큼 전국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민국 여름휴가 최대 성수기인 7말8초 역시 엄청난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이 더위가 휴가 공식까지 바꿔버리는 모양새다.
해수욕장이나 계곡으로 몰리던 인파들이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 마트로 몰리면서 몰캉스, 백캉스 등의 신조어마저 생겨버렸다. 물론 해수욕장과 계곡에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평년과는 다르게 확실히 사람이 줄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8월초 전국 유명 해수욕장 중 상당수가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뙤약볕에 백사장이 달궈지면서 자리 잡을 엄두조차 못내는 것이다. 낮에는 텅 빈 모습의 해수욕장이었지만 밤이 되면 불야성을 이뤘다.
폭염 탓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한철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의 바가지 행위가 근복적인 이유다. 서울 근교 계곡의 한 식당은 닭백숙과 부침개, 도토리묵으로 구성된 4인세트라는 여름한정 메뉴를 만들고는 26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을 책정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심지어 4인세트를 주문해야만 계곡 평상을 이용할 수 있으며 그 외 메뉴는 에어컨도 안 켠 실내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에 손님이 항의하자 한철장사 하는 상인 마음도 못 헤아려 준다며 되려 억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해수욕장 주변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턱하니 1500원이라고 가격이 박힌 아이스크림은 3500원에 판다. 주변에 편의점이나 큰 마트가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바가지요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국내 유명 피서지에서 당한 바가지요금에 몸서리를 치곤 한다.
더워서 휴가를 안 간다지만 인천공항은 해외로 나가는 인파에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더위를 피해 멀리 가는 여행객도 있지만 상당수가 우리와 비슷하거나 우리보다 더 더운 동남아를 목적지로 하고 있다.
국토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외여행 예정지역은 동남아가 26.7%로 가장 비율이 높고 일본, 중국, 동북아 순으로 나타났다.
동남아를 1순위로 꼽는 이유는 바로 ‘가심비’ 때문이다. 가심비는 가격 대비 만족도를 뜻하는 신조어로, 2049세대가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부분이다. 물가가 저렴한 탓에 국내와 별반 차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관측 이래 최악의 더위를 기록한 2018년 여름은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다.
하지만 내년 여름이 더 시원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지난해 여름이 덥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매해 여름 우리는 뜨거운 나날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여름휴가는 달콤한 휴식이다. 그런 휴가기간 동안 바가지에 시달리는 일은 이제 끝나야 한다.
해마다 해외로 여름휴가를 떠나는 인파가 늘고 있다. 4인 가족이 3박4일 여름휴가를 간다고 가정했을 때, 국내 휴양지와 동남아 여행의 가격 차이는 거의 없다. 그만큼 국내의 여름물가는 놀라울 정도로 높게 책정돼 있는 것이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그래야 어쩔 수 없이 해외로 가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
휴가지 상인들은 2018년 여름을 폭염 탓에 손님이 없던 해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지속되는 바가지요금에 국민들이 지쳐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