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만큼이나 요즘 국민들을 열 받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가 BMW다. 올 들어 32번째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후속 조치가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잇따른 화재로 도마에 오른 520d 모델은 상대적으로 싼 연료인 디젤을 사용하면서도 20km 후반대의 높은 연비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한 때 ‘강남 소나타’로 불리던 닉네임을 떠올려보면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화재 사고로 선망의 대상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BMW를 소유한 차주들은 자신의 차에서도 언제 화재가 발생할지 몰라 차량 운행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며 두려움을 호소하기까지 한다. 주차장에 아예 차를 세우지 못하게 하는 홀대를 감수해야 하는 것도 온전히 차주의 몫이다. 차량 화재를 우려한 일부 주차장에서 아예 BMW 차량 입고를 원천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량 이용의 불안이나 불편은 물론이요, 잇단 화재 사고로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중고차 가격이 폭락하는 등의 재산상 피해도 고스란히 입고 있다.
이런 차주들의 막대한 피해에 비해 BMW 측의 입장은 느긋하기만 했다. 원칙적인 리콜 계획만을 밝혔을 뿐 제대로 된 사과나 화재 원인 규명에 대한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BMW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한국 홀대론’까지 불거졌다. 심상찮은 분위기를 뒤늦게라도 감지한 때문일까.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BMW가 6일 급기야 사과에 나섰다. 요한 에벤비클러 BMW 본사 품질관리 수석부사장이 직접 나서서 국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린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여론은 대국민 사과 이후 오히려 더욱 비판적으로 바뀌고 있다. 사고 원인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고 그저 원론적인 사과에 그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 연쇄 차량화재가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모듈의 문제로, 소프트웨어의 문제는 아니라며 선을 긋고 나서서 더욱 눈총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과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단순히 EGR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에 대한 점검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EGR을 포함해 결국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소프트웨어이고 이는 출고 국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므로 반드시 이에 대한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윽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이미 승인한 BMW의 리콜계획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지난 4일, 전남 목포에서 BMW 리콜계획에 따라 점검을 받은 차량이 주행 중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BMW도 국토부도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대책 수립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신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