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연 김백준… 그가 말한 'MB 뇌물 리스트'
입 연 김백준… 그가 말한 'MB 뇌물 리스트'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8.0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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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남, 5천만원 담긴 봉투 MB에 4번 전달
지광·이팔성·대보그룹 등도 금품거래 진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2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2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 수수 내역을 소상히 밝힌 것이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집사’로 불리던 김 전 기획관이 ‘폭로자’로 변신,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속행 공판에서 지난 1월 17일 구속된 김 전 기획관의 검찰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김 전 기획관은 1월 30일 제출한 자수서에서 김소남 전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비례대표 공천 청탁과 함께 4차례에 걸쳐 2억원을 받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에게 전달했다고 적었다.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3~4월경 김 전 의원이 청와대 앞 도로에서 5000만원이 든 봉투를 4차례 건내 받아 이 사무국장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현금 뭉치를 어떻게 청와대 안으로 들고 들어갔느냐'고 물었고, 김 전 기획관은 "나는 소지품 검사를 따로 안 받는다"고 답했다.

이후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는 돈을 전달한 뒤 김 전 의원의 요청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 전 대통령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김 전 의원은 비례대표 7번을 배정받고 당선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시 경력 등을 문제 삼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또 김 전 기획관은 2007년 대선 당시 신고가 안 된 선거자금이 전달된 사례가 또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지광 스님에게서 불교대학 설립 등의 협조를 요청받고 3억이 들어있는 가방을 2개 받아 이병모에 줬다"고 말했다.

이외에 김 전 기획관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대보그룹, ABC상사, 능인선원 등과 금품거래가 있었다는 진술도 내놨다.

이 같은 진술은 이 국장이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심복 가운데 저를 아는 사람은 김 전 기획관 정도"라고 발언한 것을 들은 김 전 기획관이 변호인과 면담을 가진 뒤 나왔다.

검찰은 구속된 상황에 있던 김 전 기획관이 불법자금을 받은 공모자인 이 국장이 먼저 이야기를 꺼낼 가능성을 염두해 사실을 털어놨다고 추측했다.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은 오로지 기억에 의존한 것이었지만, 나중에 수입지출 내용과 공여자 조사에서 드러난 내용과 대부분 일치한 것으로 검찰은 확인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건강 악화로 입원 생활을 하다가 구치소로 돌아갔던 이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이 공개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것으로 알려졌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