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현대차그룹 ‘발등의 불’
[단독]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현대차그룹 ‘발등의 불’
  • 김성화 기자
  • 승인 2018.08.0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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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위장 10대 그룹 간담회서 고강도 개편안 입법 예고
0.01% 모자란 29.99%로 규제 간신히 피해…지분율 처분 ‘고심’
한진·현산도 지분 정리 필요…자회사 포함 땐 상당수 그룹 해당
(사진=현대글로비스)
(사진=현대글로비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월 10대 그룹과의 간담회에서 올해 일감몰아주기 개선에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공정거래법 개편안은 규제 대상이 되는 총수일가 지분율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20%로 낮추고 규제 대상 기업이 지분을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공정위는 8월 입법예고를 하고 연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빠르면 내년부터 바뀐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규제가 시행되면 많은 기업들이 분주히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은 발 등에 불이 떨어진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율 합계는 각각 29.99%로 규제 대상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상태다.

0.01%의 지분율 차이로 규제를 피해간 것에서 알 수 있듯 두 기업은 총수일가에게 단순히 수익을 가져다주는 기업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선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이노션 지분 2%, 40만주는 경영승계 과정에서 자금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노션 주가는 6일 종가 기준 218억원 규모다. 이노션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 5월 기준 57.08%로 2406억원 규모다. 2015년 이후 지분을 정리하던 정 부회장이 2%를 남겨놓은 건 주가 하락 방지를 위해서라는 분석이 있다.

글로비스 지분 또한 이노션과 같은 용도로 여겨지지만 정몽구 회장과 정 부회장이 이노션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중요한 카드로 보인다.

문제는 시점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시행하더라도 당장 처분이 힘들다는 얘기다. 3월 공시 기준 총수일가가 보유한 글로비스 주식 수는 1124만9991주다. 6일 종가 13만2500원으로 계산하면 1조4906원이다. 1주당 1000원씩만 가격 변동이 있다고 가정해도 112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 

글로비스는 6월 이후 주요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4차례 기업설명회를 갖는 한편 해외 영업망 강화를 위해 싱가포르에 지사를 설립하는 등 수익 구조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기업 가치를 한껏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런 노력이 충분한 결과로 이어지기 전까지는 지분을 섣불리 정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기업은 매출액의 30% 이내의 내부거래는 정상거래로 인정해주는 요건을 손보지 않는다면 여유는 있다. 글로비스 매출 중 내부거래 비중은 20.73%로 2015년 일감몰아주기 규제 시행 직후 24.03%에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총수일가가 지분율보다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 규제를 피하려 노력 중이다. 싱가포르 지사가 설립되면 그 효과는 여기에도 작용한다. 

현대차그룹 외 한진그룹과 현대산업개발그룹도 바뀌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 노력이 필요하다. 한진은 ㈜한진칼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25.34%이며 내부거래 금액이 322억원, 비중은 54.93%다. 현대산업개발그룹은 HDC아이콘트롤수㈜의 지분이 29.89%, 내부거래 금액은 1724억원, 비중은 65.35%다. 또 LS그룹은 ㈜엘에스의 총수일가 지분율이 25.84%에 내부거래 비중이 28.00, 한라그룹의 ㈜한라홀딩스는 23.41% 지분율에 27.06% 내부거래 비중으로 주의대상이다.

지분율 50% 초과 자회사까지 규제 대상이 확대된다면 상당수 그룹들에게서 정리가 필요하다. 삼성은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와 제일패션리테일㈜가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59.92%와 100%다. SK는 에스케이인포섹㈜와 에스케이임업㈜가 각각 67.85%와 59.64%를 보이고 있다. LG는 ㈜엘지경영개발원 98.80%를 포함해 ㈜엘지스포츠, ㈜서브원, ㈜엘지씨엔에스가 모두 상당한 규모의 내부거래를 유지 중이다.

또 GS는 ㈜지에스스포츠가, 한화는 한화에너지㈜와 한화에스앤씨㈜. 두산은 ㈜네오플럭스와 ㈜두산베어스, ㈜두타몰, 디엘아이㈜가 30% 이상의 내부거래 비중을 보이고 있다. 효성은 엔에이치엠에스㈜ 100%를 비롯해 6개 자회사가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보이고 있고 이랜드는 ㈜리드온 94.53% 등 5개사, 유진그룹도 ㈜지구레미콘 등 5개 사, 아모레퍼시픽은 ㈜에스트라 등 4개 사가 바뀐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shkim@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