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계엄령 관련 문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국회 국방위에서 벌어진 국방장관과 기무사 간부들 사이의 설전을 본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속에는, 저런 군인들을 믿고 단잠을 이룰 수가 있을까 하는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장관이 거짓말을 한 것인지 기무사 간부들이 거짓말을 한 것인지는 조사를 해봐야 알 터이지만, 우리 군이 어쩌다 저 정도까지 되었을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쓰리다.
청와대는 이번 기회에 기무사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기무사를 개편한다고 해서 국민들 마음속에 자리 잡은 군에 대한 걱정을 씻어 주기에는 매우 부족해 보일뿐만 아니라, 군 내부에 쌓여있는 수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없다. 차라리 이참에 한국군을 전면 개편하는 기회로 삼아야 함이 옳지 않을까 한다.
우리 군의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수없이 제기된 대로 육해공 3군의 불균형이다. 일례로 그동안 국방부를 육군이 장악했다고 해서 육방부라 부르고 있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3군을 통틀어 별 네 개짜리 대장이 7명 정도 되는데, 이중 통상 육군이 5명이고 해군과 공군이 각각 1명이다. 병력 수만 하더라도 2016년 국방백서에 의하면 총 62만 병력 중에서 육군이 49만, 해병대 포함 해군이 7만, 공군은 6만5000명이다.
이렇게 3군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이유는 한미연합전력 계획에 의해 육군은 한국군이 전담하고, 해공군은 미군과의 연합전력으로 충당한다는 기본개념 때문이다. 물론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해공군을 미군이 상당부분 담당해 주었기 때문에, 이에 사용되었어야 할 예산을 절약하여 우리 경제발전에 투입할 수 있었다는 장점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미국이 우리를 지켜 주리라는 환상은 이제 과감하게 버릴 때도 되었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남북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돼 한반도 종전 선언까지 이뤄진다면, 전작권의 조기 전환은 물론 결국에는 주한 미군 철수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시기가 매우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기에 이에 대비한 우리 군의 개편 작업은 매우 시급한 당면과제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군 진급에 관한 투명성과 공정성의 확보다. 엄격하고 객관적인 진급 시스템보다 지휘관 평정과 기무사 동향보고가 진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이상, 군은 지휘능력보다 인맥과 군맥에 좌우될 우려가 크다. 지금까지 기무사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된 원인도 거기에 있다. 군인이 아니라 공무원이라는 비아냥도 여기에 기인한다.
그렇다고 해서 군을 단순히 적폐청산과 개혁의 대상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전문가도 아닌 시민단체가 군 개혁 등 군 문제에 깊숙하게 개입하는 모습은 군은 물론 국민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도, 또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따뜻한 시선으로 군을 보면서 국민들과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할 때,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칠 진정한 국군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군은 명예와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무사 개편은 우리 헌정사에서 어두운 모습의 대명사인 군의 정치 개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군을 급변하는 안보환경에 맞게 전면 개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바로 지금이 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