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여론이다. 당초 경제계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기업 간의 대립구조를 해소하고 대기업의 대규모 고용과 투자 확대로 경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출범 1년3개월 만에 성사된 정부 경제컨트롤타워와 국내 최대기업 총수와의 첫 회동이 알맹이 없이 변죽만 두드렸다는 반응이다.
김 부총리는 6일 경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이 부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이날 김 부총리는 우리 경제 대표주자인 삼성이 지배구조와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해 동반성장을 확산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상생과 관련해 스마트공장 지원을 1·2차 협력사를 넘어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측은 김 부총리에게 바이오산업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의 만남은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정책에 대한 변화 조짐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그러나 이번 만남은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얘기를 나눴지만, 실질적 내용인 고용과 투자에 대해서는 깊은 논의를 하지 못했다. 최근 고용과 투자가 매우 심각한 상황인데도 청와대와 정부의 기업관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맥 빠진 두 사람의 만남은 이미 예견됐다. 앞서 일부 언론은 청와대가 김 부총리의 삼성방문을 앞두고 ‘재벌에 고용·투자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를 김 부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가 6일 김 부총리의 삼성방문에 대해 청와대와 부총리 사이에서 조율이 있었다면서 그 과장에서 ‘구걸하지 말라’는 등의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경제계에선 이번 만남이 정부와 기업 간의 막혔던 소통이 해빙되고 대기업의 진취적인 투자가 힘을 받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차가웠다.
오히려 경제계에서는 ‘재벌에 구걸하지 말라’는 청와대 참모진의 정서가 투영된 것으로, 재벌개혁과 반(反)기업정서에 기반을 둔 현 정부의 대기업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득보다는 실이 많았던 만남이다. 김 부총리는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위상이 다시 한 번 흔들리면서 머쓱해졌다. 삼성은 지난달 인도에서 문 대통령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만들어 주기 바란다’는 요청에 화답하기 위해 노력했던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조차 하지 못했다.
청와대와 경제당국이 원칙은 지키면서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