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 '무사안일주의' 이젠 벗어날 때
[기자수첩] 은행 '무사안일주의' 이젠 벗어날 때
  • 성승제 기자
  • 승인 2018.08.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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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1. 은행과 일반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이윤추구'.

질문2. 그렇다면 은행과 일반 기업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기자는 기업은 망할 수 있을 것이란 위기의식을, 은행은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란 '무사안일주의'를 꼽고 싶다.

기업은 부도가 나면 소멸되지만 고객의 소중한 재산을 위탁 운용하는 은행은 망해도 공적자금이 투입되거나 M&A를 거쳐 사명만 바뀐 채 그 명맥을 유지한다. 작금의 은행산업이 그랬다.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야 할 책임이 은행보다 정부에 더 크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은행이 규제산업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관절 은행들은 그동안 대외적으로는 '철폐'를 외치면서도 대내적으론 규제와 관치를 즐긴 것은 아니었을까.

정부 그늘 안에 있으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를 보증기관으로 세울 수 있다. 철밥통은 깨뜨리지 못하면서도 정부가 한 숟갈, 두 숟갈 주걱으로 은행의 몫을 퍼가려고 하면 '관치'와 '규제 철폐'라는 명분으로 정부와 시장을 길들이거나 공격할 수도 있다.

금융권 저승사자로 불린 김기식 전 금감원장을 내친 이가 정부도 언론도 아닌 (금융)시장이라는 것은 금융권 종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금융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윤석헌 금감원장은 금융개혁에 아직 손조차 대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류다. 금감원장에 오른 이후 금융개혁에 대한 의지가 하루아침에 꺾였을리는 만무하다.
 
어느덧 8월이 되면서 은행들의 상반기 실적 결산이 마무리됐다. 각 은행별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자화자찬 일색이다. 다른 한편에선 고객 이자로 실적잔치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질책이 쏟아졌다. 실적이 잘 나와도, 하락해도 욕을 먹는 곳이 은행이라며 관련 임직원들은 억울해 한다. 하지만 수십년 째 반복되는 지적임에도 여전히 같은 사안으로 욕을 먹는 곳이 은행이다. 이자 장사가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로 수익을 더 많이 낸다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일이다. 기업처럼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변신한 은행산업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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