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100일… '평화' 물꼬 텄지만 축포는 이르다
판문점 선언 100일… '평화' 물꼬 텄지만 축포는 이르다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8.0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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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과 이에 맞서는 국제사회의 강경 대응 속 위태롭던 한반도.

그런 한반도가 평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도록 했던 '판문점 선언'이 오는 4일 채택 100일째를 맞이한다.

판문점 선언은 분단된 한반도에 겹겹이 쌓인 대결을 밀어내고 평화를 앞당길 새로운 시작의 첫 발이라는 중대한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북미 간의 거듭되는 힘겨루기 속에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둘러싼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기대와 달리 이행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위기에서 평화로… '한반도 운전자' 文대통령

평화의 물꼬를 튼 판문점 선언 체결 이후에도 북미 간의 이견차로 한반도의 정세는 급박하게 전개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위기의 순간들도 많았다. 이 때 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지 않은 공을 세우며 평화 무드를 진전시켜 나갔다.

지난 100일 동안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 24일, 북미정상회담을 20일 남짓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한 순간이다.

북한에 억류됐었던 미국인이 풀려나고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실시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돌발 발언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을 우려시켰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양 정상에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라는 본질에 집중할 것을 요청하며 5월 26일 김 위원장과의 두 번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극비리에 이뤄진 이 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은 직접 김 위원장을 만나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설득했다. 이런 노력으로 마침내 6월 12일 북미 간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긴 여정이 흔들림 없이 계속돼야 한다는 강한 의지의 표하며 평화적 동력을 이어나가는 데 집중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촉진자', '중재자', '한반도 운전자' 등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일구는 주동적인 역할을 자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남은 숙제 산적… "이행 속도 더디다" 지적도

역사적인 성과를 일궈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앞으로의 숙제도 많다. 판문점 선언이 기대만큼 이행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남북은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크고 작은 회담을 통해 그간 완전히 단절됐던 관계 회복에는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오는 20~26일 8·15 계기 이산가족상봉행사가 예정돼 있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도 이달 중순 개소를 목표로 관련 시설에 대한 개보수 공사도 진행 중이다.

동해선·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첫 단계로 철도 연결구간에 대한 공동점검도 이뤄졌다.
공동연락사무소장의 급을 그간 거론되던 국장급에서 실장급이나 차관급으로 높이는 방안도 북측과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대남·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됐고,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도 지난 6월 14일과 지난달 31일 등 두 차례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다.

문제는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핵심 사항인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다. 이는 북미 간 주로 논의할 의제인 탓에, 가시적인 진전을 쉽게 일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북미 간 이견을 해소,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 앞으로의 가장 큰 숙제다.

종전선언을 신속하게 매듭짓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 비핵화 조치와 연동하고 있는데다 중국의 참여 여부 등 변수도 많아 연내 종전선언은 장담할 수 없다.

남북관계의 신속한 진전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과 국제사회의 제재 사이에서의 돌마구 마련도 집중해야 한다.

특히 올해 들어 우리나라는 이 같은 문제를 두고 북미 양측에서 모두 압박을 받고 있다.

북한은 정부가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은 우리 정부를 향해 '남북관계만 앞서가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돌파구로 반전의 동력을 제공했던 2차 남북정상회담을 떠올리며 '8월 말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분위기다.

100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위기일발의 상황으로 치닫던 한반도 분위기를 쇄신 시킨 정부가 완전한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