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특수단, 기무사 USB서 '계엄시행 준비내용' 포착
軍특수단, 기무사 USB서 '계엄시행 준비내용' 포착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8.08.0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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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가 제출한 USB서 삭제된 파일 수백개 복구
세월호 유가족 조직적 사찰 혐의도 포착해 수사중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삭제됐던 수백개의 파일이 상당수 복구됐다. 특히 이 가운데는 '계엄시행준비'에 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이하 특수단)은 지난달 16일 확보한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관련 USB(이동식저장장치)에서 삭제됐던 파일의 상당수를 복구했다고 2일 밝혔다.

앞서 특수단이 공식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던 지난달 16일 기무사 측은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계엄 문건(8장)과 대비계획 세부자료(67장) 등이 들어있는 USB를 임의제출한 바 있다.

특수단은 이 USB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백 개의 파일이 저장됐다가 삭제된 흔적을 발견해 복구를 진행했다. 현재는 상당수 파일이 복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특수단은 계엄문건 보고서의 원래 제목은 언론에 공개된 제목인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 아닌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었던 사실을 파악했다. 문서 일부가 수정된 것이다.

또 특수단은 기무사가 작년 2월 계엄령 문건 작성을 위해 TF를 구성한 사실을 파악했다. TF는 14명 규모로 꾸려졌고, 기우진 당시 수사단장(현 5처장)의 지휘 아래 두 조로 나뉘어 활동했다.

이들은 8장 분량의 계엄문건(3명) 및 67장의 대비계획 세부자료(11명)를 작성했다. 당시 3처장이던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이 업무를 전체적으로 총괄했다.

TF를 구성한 기무사는 이를 비밀리에 운영하기 위해 '미래 방첩업무 발전방안' TF란 이름으로 인사명령·예산, 장소를 확보한 점도 드러났다.

이후 이들은 망이 분리된 PC를 이용해 문건을 작성하고, TF 운영 이후 사용된 전자기기를 포맷한 사실도 확인됐다.

특수단은 이를 모두 종합할 때 기무사 TF는 은밀하면서도 독립적으로 활동했고 활동기록 삭제도 시도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특수단은 복구된 파일 중 계엄 시행 준비에 관한 내용이 담긴 파일도 다수 확보해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특수단은 소 참모장과 기 5처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한 차례 소환 조사를 했다. TF에 참여한 실무자 14명을 비롯해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및 합동참모본부 계엄과 직원 등 23명에 대해서는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이와 함께 특수단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에 대해 조직적이고 전방위적인 사찰을 실시한 사실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현장지원 등을 명목으로 세월호 TF를 구성해 일반 지원업무 이외에도 유가족을 사찰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수단은 "기무사가 현장 및 사이버 사찰을 통해 유가족의 성향, 정부 발표에 대한 반응, 유가족의 사진, 학력,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수집해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수단은 지난 31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연속 세월호 TF 소속 실무자들을 2~3명씩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민간인 사찰 혐의를 받는 영관 장교 2명은 곧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한편, 특수단 내 계엄문건 수사팀 16명은 이날 서울동부지검 민군 합동수사단 사무실로 이동했다. 세월호 민간인 사찰 수사팀은 국방부 영내 특수단 사무실에 남아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