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검출' 고혈압 치료제 논란, 환자는 '뒷전?'
'발암물질 검출' 고혈압 치료제 논란, 환자는 '뒷전?'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8.08.0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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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약품 복용자 16만명 육박… 판매 중지 후에도 처방해
'성분명 처방' 두고 의사협vs약사협 갈등… "환자 우선 챙겨야" 비판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지난달 고혈압 치료제로 쓰이는 중국산 원료 의약품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사태 수습에 환자에 대한 보호나 대책은 뒷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지난달 8일 해당 의약품인 '발사르탄'(Valsartan)에서 불순물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Nitrosodimethylamine, NDMA)이 확인됐다며 판매 및 제조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고혈압은 가장 흔한 성인병으로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수가 많다. 이에 지난해에는 고혈압 환자수가 6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렇게 고혈압 환자수가 많은 만큼 약에 대한 불신 호소와 더불어 발빠른 대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식약처는 고혈압 치료제 219개를 검사한 결과 104개 제품(46개사)이 해당 물질을 함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판매 및 제조 중지를 해제 조치했고, 해당 물질이 사용된 115개 품목(54개사)에 대해 잠정 판매중지 및 제조 중지를 유지했다.

이후 식약처는 이 같은 결과를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했고, 고혈압 환자들의 집중 관심을 받으며 사이트가 마비되기까지 했다.

또 보건복지부는 발암물질이 들어있는 고혈압 치료제 복용환자 수가 18만명에 육박한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해당 환자는 진료를 받는 병원에 방문해 다른 의약품으로 재처방 및 재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인 상황이다.

우선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이나 처방한 약을 제조하는 약사들 등 국민 건강 증진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을 향한 책임론까지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특정 의약품의 상품명이 아니라 약물의 성분으로 처방하는 ‘성분명 처방’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약사들은 의사들이 특정 상품으로 약을 처방하는 것을 방지하고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성분명 처방을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들은 성분은 같더라도 약효가 상이한 재고약 처분에 악용될 소지가 있고, 이는 처방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한, 발사르탄에 대한 판매중지 조치 이후에도 처방된 건수가 141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고,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자유한국당 유재중 의원은 발사르탄 약품 복용 환자수를 정부가 축소해 발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환자 피해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에는 뒷전이라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만큼 전문가들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은 좋지 않아 보인다"며 "환자 피해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이 최우선되야 할 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발사르탄이 생산된 중국에서는 당국이 리콜 조치를 명령해 5개 제약회사가 제품회수에 들어간 상태다.

또 우리나라 식약처는 고혈압 치료제 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정보 수집·관리체계 강화 △원료의약품 안전관리 강화 △제약사 책임 강화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목록화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관리를 강화한다. 제약사가 유해물질의 기준과 시험법을 설정해 관리하는 의무도 부여할 방침이다.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