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먹는 물인데…" 잊을만하면 정수기 이물질 공포
"온가족이 먹는 물인데…" 잊을만하면 정수기 이물질 공포
  • 김견희 기자
  • 승인 2018.07.30 1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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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센터 문제 제기 제보 잇따라
업체 지지부진한 대응·관리체계도 문제
사진 = 아이클릭아트제공
사진 = 아이클릭아트제공

물은 매일 마시는 만큼 정수기 위생관리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돗물을 걸러 깨끗한 정수로 만들어줘야 할 정수기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빈번해 위생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소비자고발센터에 따르면 콧물 같은 점성이 있는 물질이 나온다거나 미세한 가루가 섞여서 나오는 등 정수기 이물질 문제를 제기하는 제보가 속속 접수되어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윤 모(42)씨는 2년째 렌탈로 사용해온 코웨이 정수기 얼음에서 하얀 가루가 섞여 나왔다고 호소했다. 사실 윤씨가 쓰던 정수기는 앞서 2016년 금속물질 니켈 검출 논란의 대상이 됐던 얼음 정수기 모델을 반납하고 새롭게 무상으로 설치 받은 제품이라고 한다.

그러나 또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자 불안을 떨칠 수 없어 업체 측에 보상책을 요구했지만 미온적 대응이 이어졌다고. 윤씨가 서비스 담당자에게 문의하자 코웨이 측은 사과하며 담당 기사를 보내 조치를 취하겠다고 응대했지만 현재는 민원팀과의 연락도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또 윤씨는 이물질이 나오기 시작한 비슷한 시기에 '소음과 누수 문제로 고객님이 사용하는 정수기를 교체하거나 수거해가겠다'는 전화를 정수기 관리 담당 코디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윤씨는 "리콜 대상으로 선정된 것을 보아 사용하는 정수기에 기계적 결함이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며 "문제는 소음만이 아닌 것 같다"고 의혹을 숨기지 않았다.

또 "먼저 쓰던 얼음정수기를 교체했는데 또 이런 현상이 벌어지니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아이들은 물론이고 온 가족이 함께 먹는 물에서 이런 물질이 나오니까 정말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했다.

코웨이 정수기 얼음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 (사진=독자제공)
코웨이 정수기 얼음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 (사진=독자제공)

이 같은 민원을 접수한 코웨이 측은 수질을 검사하는 담당 닥터를 보내 해당 정수기 수질 검사를 실시하고 기계가 마모되면서 부식물이 떨어져 실리콘이 섞여 나온 것이라는 결과를 내놨다.

그러면서 코웨이 측은 "실리콘 성분이며 섭취해도 인체에 무해하다", "정수기를 쓰기가 꺼려진다면 위약금 없이 제품을 수거해가겠다" 등 무책임한 대책만 내놨다고 한다.

코웨이는 지난 2016년 얼음정수기 3개 모델에서 금속물질인 니켈이 검출되면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당시 에바(증발기)와 브라켓 부위의 손상으로 얼음에 이물질이 섞였다.

정수기 이물질 문제는 비단 코웨이뿐만 아니다. 청호나이스 얼음정수기에서 ‘콧물’로 불리는 이물질이 검출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콧물로 보이는 겔(gel) 모양 이물은 정기적으로 정수기가 관리되지 않거나 사용자가 장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공기 중의 여러 입자들이 관로에 쌓이게 되고 뭉쳐져 발생하는 것으로 일명 ‘바이오필름’이라고도 한다.

당시 청호나이스 측은 “해당 제품의 구조 탓에 관리 소홀과 이로 인해 이물질 발생 가능성이 있었다”며 “관리가 되지 않는 공간에서 이물질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정수기를 렌탈하는 업체는 코웨이, 청호나이스, LG전자, SK매직, 교원 등이 있다. 이들은 매월 렌탈료를 받으면서 주기적 가정방문을 통해 제품 내부를 살균, 관리하는 등 ‘사후케어’를 주요 마케팅으로 꼽는다.

이렇듯 매월 정기적인 렌탈료를 내고 관리를 받고 있음에도 정수기 이물질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좀 더 엄격한 규제와 위생관리 체계가 도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peki@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