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한국의 보수 망망대해 한복판서 나침반을 잃다
[신아세평] 한국의 보수 망망대해 한복판서 나침반을 잃다
  • 신아일보
  • 승인 2018.07.31 0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기태 한국정경문화연구원장

보수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가. 에드먼드 버크는 보수의 진정한 가치는 지나간 역사와 경험에서 미래의 길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아래 결코 새로운 것은 없다, 인간의 이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공동체가 힘을 합하여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점진적으로 찾아가는 멀고 긴 여정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보수의 정신인 것이다.

키워드는 역사, 경험, 성찰 그리고 더불어 행복을 누리는 온정어린 공동체의 지속가능이다. 한국의 보수를 자칭하며 스스로 대표주자라고 나서는 자유한국당이 삼복더위에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나름의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 집권여당이 두 쪽으로 갈라져 자기들이 만든 대통령을 탄핵으로 내몰아 정권을 내 준지 1년이 지났다. 불과 1여 년 만에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보수가 이렇게 지리멸렬하며 길을 잃고 허우적대는 이유를 곰곰이 짚어본다. 희망이 안 보이는 한국의 보수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보수의 가치와 정체성을 잃었다. 이미 말했듯이 보수의 가치는 경험과 역사를 소중히 하는 것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자당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는 치명적 과오에 대한 뼈 깎는 반성과 고백이 없다. 오히려 지난 지방선거에서 보여 준 대로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또 하나 보수의 정신은 온정과 정의다. 온정이란 풍요한 결과를 어려운 이웃에 나누어 세상을 살만한 온기로 데우는 것이며, 정의란 거창한 철학적 윤리적 정의가 아니라 현실 세상에서 법의 정의를 말 한다. 법 앞에서 평등한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보수를 자처해 온 우리의 보수 정치집단은 모든 가치를 독과점하면서 그들만의 울타리를 치고 상류계급화 하였다. 양극화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눈길도 주지 않고 방치한 것이 보수연한 기득권 집단이다. 심지어 겨우 세워진 희망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미필적 고의도 마다하지 않았다.

둘째, 보수에는 용기와 양심과 지략을 갖춘 지도자가 없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장악하고 전횡하는 절대 권력에 기생하면서 단물 빨기에 길들어 주변을 돌아보고 변혁을 시도하는 개혁 따위에는 아예 생각조차 없는 추종자들만 넘쳐날 뿐이고, 정점의 권력자나 과두들은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할 기미가 보이는 인물은 콩나물 대가리를 자르듯 싹을 잘랐다.

셋째, 사회적 다수라고 가늠되는 보수 지지자들을 묶어세우고 행동화 하며 세력화 할 논리도 없고, 동기를 유발할 유인도 주지 못하며 공허한 애국타령에만 목청을 높인다. 행동하지 않는 청년보수에게 당당하게 보수의 정신과 가치를 주창할 수 있는 자긍심 거리를 주지 못한다.

넷째, 여론이란 허상에 홀려 사회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공론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는 숨은 지지가 있다고 우긴다. 내가 아는 한 노무현대통령 시절 청와대 보좌진들은 틈만 나면 각계의 공론을 들으려 정성을 다했었다. 그 때 청와대 참모의 수장은 현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평생 보수를 지지하고 후원한 한 지인은 자기 남은 생에는 보수집권을 보기 틀렸다고 한탄한다. 보수라는 한국당, 듣는 데는 소귀인데 말하기는 기차 화통이 무색하다.

다섯째, 보수정치인들은 태생부터 달라서 개혁과 변화에는 원초적 불친화다. 대다수가 고위관료, 판검사 변호사 출신이거나, 재벌기업 오너나 임원급에 잘나간 언론인 등 태생적 금수저가 층층이다. 바닥민심을 훑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부정부패와 투쟁하며 성장한 인물이 절대 부족이다. 답은 이 속에 있다. 사람에게 경험하지 않은 앎은 헛것이고, 행동할 힘도 없다.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나침반을 빠뜨리고 표류하는 보수 한국당 김병준호의 갈 길이 험난하다. 정치는 국민에게 행복을 주고 명예를 얻는 참 아름다운 과업임을 명심하되, 둘 다를 취하려고만 하면 국민에게 도적이 됨을 잊지 말기를.   

/박기태 한국정경문화연구원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