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三伏)의 복(伏)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으로 가을이 오는 것을 더위가 굴복시킨다는 의미다.
예나 지금이나 삼복더위만큼은 피서거리를 찾아 나서기 마련이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1981년 이후 30년간 연평균 폭염일수는 11.2일, 열대야는 5.3일이었던 것에 반해 최근 5년간 폭염일수는 12.7일, 열대야는 9.7일이었다.
1908년 이후 지난 100년 동안 서울의 7월 일 평균 기온은 0.6도 올랐는데 일 최저기온은 1.4도가 올랐다. 밤 온도가 그만큼 더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어가면 폭염이라고 한다. 이틀 이상 33도가 넘으면 기상청은 폭염주의보를,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열대야는 낮 기온이 30도 이상이고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지난 2016년 전국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서울에서 22일 동안 열대야 현상이 이어져, 그야말로 ‘악’소리가 난적이 있다. 당시 에어컨은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였다.
올해도 온열환자가 이미 1600명에 달하는 등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피부에 와 닿는다.
이런 와중에 전기요금 누진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전기사용량을 조절하기 위해서 필요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그래도 낮은 편에 속한다고 하고, 국민들은 가정용에만 적용되는 요금누진제는 형평성도 맞지 않을 뿐더러 국가 전체 전력사용량에서 비중이 낮아 정부가 개인에게만 전기료 부담을 지운다는 불만이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소비의 55%는 산업용, 20%는 상업(일반)용, 주택용은 13%다. 불만의 핵심은 전력수요량을 관리하는데 있어 왜 유독 가정용으로 사용되는 13%의 전략사용량에만 누진제를 적용해 관리하냐는 것이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6단계였던 것을 지난 2016년 3단계로 축소한바 있다. 200㎾h(1단계)까지는 ㎾h당 93.3원, 201∼400㎾h(2단계)는 187.9원, 401㎾h(3단계)이상은 280.6원이 적용된다.
한전은 일반적으로 스탠드형 에어컨을 4인 가정 기준으로 10시간 사용하면 전기요금은 17만7000원이 더 든다고 밝혔다. 만약 이전의 6단계 기준이면 39만 8000원이 나올 것 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요금으로 전력사용을 제한한다는 논리치고는 무엇인가 빠져도 많이 빠져 보인다.
한전은 저소득층에도 복지할인제도 등을 통해 매달 전기요금을 1만 6000원 할인해 주고, 7~8월에는 2만원까지 할인해 줘 저소득층의 전기료 부담을 줄이고 앞으로도 확충해 나가겠다고 한다. 가족 수가 많으면 전기료는 더 많이 나올 것이기 때문에 같은 저소득 구간의 가정이라도 좀 더 세분화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시적으로 여름철이라도 전기요금 조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기요금폭탄 걱정에 독거노인, 장애인 등 저소득층은 물론이고 자식들 출근하면 에어컨 한번 켜지 않고 버티는 노부모들이 조금이나마 시원한 여름 보낼 수 있도록 전기요금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들을 고민하는 당국자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