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곳곳에서 적폐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전 정권에서 사법부가 스스로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을 놀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관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과 관련한 미공개 문건들이 이번주 초 공개된다는 소식이다. 법원행정처는 현재 사법행정권 남용의혹과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언급된 410개 문서파일 중 미공개 문서파일 228건의 비실명화 작업을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문서에 나오는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한 뒤 언론에 공개할 예정인데, 파일에는 민감한 내용이 대거 담겼을 것으로 추정돼 큰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에 공개하는 228개 문건엔 당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던 대한변호사협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외부 단체를 압박한 정황 등이 담겼다.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국회의원이나 청와대에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했음을 보여주는 문건들도 대거 공개된다.
228개 문건 공개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의 해외 공관 파견을 늘리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정현 의원까지 접촉해 청탁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양승태 사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소송의 결론을 박근혜 정부 내내 미룬 데는 판사들의 외국 파견 자리를 늘리는 등 법원행정처 조직 내부의 ‘복지’를 증진하려는 계획이 크게 작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법원행정처가 일선 재판에 개입하려는 부당한 시도가 비단 상고법원 도입이라는 정책적 목적에서만 기획된 게 아니라 소수 엘리트 법관 조직인 법원행정처의 이익을 좇아 진행됐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경악스럽다.
법원행정처의 이런 일탈은 국가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의 셋으로 나누어 각각 별개의 기관에 분담시켜 상호간 견제, 균형을 유지해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려는 ‘3권 분립’ 원칙마저도 내팽개쳐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특히 그 목적이 조직 내 특정인들의 안위를 위한 집단 이기주의의에서 비롯된 병폐였다는 점에서는 슬프기까지 하다. 법과 정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스스로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댓가가 고작 재판관의 해외파견 등 얄팍한 거래였다는 데에서는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일각에선 지나간 적폐와 싸울 시간이 없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시대를 위해 덮을 것은 덮는 아량도 필요하다고 속삭인다. 모두 가진 게 많아 빼앗기는 게 두려운 자들의 논리다.
오히려 국민들은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촛불혁명으로 세운 문재인 정부가 아직 정권교체의 열망을 적폐청산으로 고스란히 잇지 못한다고 채근한다.
국민이 정부에 바라고 명령하는 과제는 과감하고 엄격한 적폐정산이다. 적폐를 청산한 바탕 위에 사회대개혁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를 염원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